유가공업체 라이벌로 꼽혔던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의 '50년 경쟁구도'가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양사를 경쟁사라 칭하기 어려울 만큼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의 격차가 압도적으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매일유업은 남양유업과 직접 경쟁 관계에 있었다. 일부 수입 상품 판매를 제외하고 대부분 매출액이 유가공 제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를 기점으로 남양이 기울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우유 업계 2위 자리도 매일유업에 넘어갔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지속되는 불매운동의 여파로 실적에 타격을 받아왔다. 2012년 매출 1조3650억원을 기록했던 남양유업은 2013년 실적이 급락했다. 지난해 매출은 9489억원으로 8년 만에 30.5%나 감소했다. 영업이익부분에선 77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우유급식까지 어려워지자 남양유업은 지난해 3월부터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비용 줄이기에 적극 나섰다. 임원을 포함해 팀장급 관리자들은 상여 30%와 휴가비 50%까지 반납하기로 동의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업무지원비와 출장비, 식대 등도 대폭 삭감됐다.
하지만 임직원들의 노력에도 남양유업은 1964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달 중순경 남양유업이 매출 부진 등을 타개하기 위해 무리한 마케팅을 시도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은 것. 식약처는 불가리스 연구 결과 발표가 순수 학술 목적이 아닌 자사 제품 홍보를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보고 식품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세종시는 세종에 위치한 남양유업 불가리스 생산공장에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통보했다.
불가리스 사태를 계기로 회사를 둘러싼 논란이 일제히 터져 나오는 중이다. 지난해부터 문제가 됐던 '경쟁사 비방 의혹'에 표절 시비와 오너 일가 비리 의혹, 직원 동원 의혹도 불거졌다. 소비자 불매운동도 전에 없이 뜨겁다. 업계에서는 이대로라면 남양유업이 과거 대리점 갑질 사태보다 매출과 브랜드 이미지에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반해 매일유업은 제품군 다각화, 호주 공장 활성화 등으로 연일 쾌재를 부르고 있다. 지난해 매일유업 매출액은 1조4631억원으로 5%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865억원으로 1.4% 늘었다. 남양유업의 하락세에 따른 매일유업의 반사이익도 있었다.
매일유업은 우유제품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일찍이 건강기능식품으로 시야를 넓혔다. 코로나19 등 어려운 상황 속 등교 중단으로 인해 학교 우유급식 등 수요가 줄고 신생아 출생률이 감소해 전체 우유 소비량이 줄면서 우유업체에는 위기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매일유업은 코로나 이후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에 맞춰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공략했다. 매일유업은 2018년 성인영양식 전문브랜드 '셀렉스'를 내놓고 성인 건강기능식 사업에 뛰어들었다. 셀렉스는 누적매출 900억원을 넘어섰다. 저출산에 따른 분유 매출 감소를 상쇄한 매일유업의 일등 공신이다. 최근에는 셀렉스 전용 쇼핑몰 '셀렉스 몰'을 열고 라인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새로운 신규 BI(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선보였으며, 제품 패키지도 리뉴얼했다. 올해는 뼈 전문 제품 '골든밀크'도 출시했다.
매일유업은 이달 발행하는 2000억원 규모 회사채 중 500억원을 호주 유기농 우유 분말 생산 공장에 투자할 예정이다. 현지 공장은 매일유업의 첫 해외 인수합병(M&A) 사례다. 현재 매일유업의 수출국은 중국뿐이지만 호주 공장 가동을 발판삼아 수출국을 확대할 수 있다. 투자 진출국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성인건강식 신사업에 투자해 이를 육성화 하려 한다. 더불어 국내 경쟁이 가속화되고 저출산 등의 문제로 해외시장 투자도 필요해졌다"면서 "많은 분이 회사전력에 공감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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