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오스카 퀸' 윤여정의 와인
거의 끝 부분이다. 외손주들을 돌봐주기 위해 미국의 아칸소주까지 날아간 할머니 순자(윤여정 역). 순자는 자신의 실수로 난 불을 끄느라 지쳐 쓰러져 자는 딸 내외와 손주들을 바라본다. 도저히 그 감정의 깊이를 가늠할 수 조차 없는 눈빛. 배우 윤여정에게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안긴 영화 '미나리'에서 가장 인상에 깊이 남은 장면이었다.
가시지 않은 여운을 다시 한 번 적셔준 것은 그녀의 와인이었다. 오스카상 시상식이 끝나고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에서 특파원단과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그녀가 답변을 하는 사이사이 목을 축였던 화이트와인. 한 쪽에 놓여진 트로피와 함께 와인도 옅은 레몬색 혹은 금빛으로 빛났다. 저기 저 자리에 시뻘건, 혹은 검붉은 레드와인이 있었더도 저만치 어울렸을까 싶을 만큼 완벽한 컷이 됐다.
배우 윤여정의 화이트와인 사랑은 오래된 얘기다.
언론 인터뷰를 할 때도 커피가 아니라 화이트와인 한 잔을 함께 했다.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과 '윤스테이'에서도 힘들때면 화이트와인 한 잔으로 피로를 덜었고, 장사가 끝나고 직원들과 한 잔 할때의 술도 화이트와인 이었다. 동료 배우들이 지친 그녀의 기운을 북돋워주기 위해 준비한 것도 얼기 직전처럼 시원한 화이트와인 이었다.
수상 소식을 접한 소속사 대표 역시 배우 윤여정이 귀국하면 "선생님이 제일 좋아하는 차가운 화이트 와인 한 잔 축하주로 마시고 싶다"라고 했다.
이번 간담회를 앞두고는 배우 윤여정의 취향을 파악한 총영사관이 화이트와인을 준비했다. 여러 병을 준비해 어떤 와인을 선택했을 지는 모르지만 관저에 도착해 마시던 와인을 기자회견장으로도 가져다 달라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엔 어떤 와인을 마셨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그녀와 가장 많이 등장했던 화이트와인 품종은 소비뇽블랑.
'클라우디베이 소비뇽블랑'은 일명 윤여정 와인으로도 불린다. 소비뇽블랑은 화이트와인 품종 가운데서도 활기있는 산도와 특유의 향이 매력적이다. 클라우디베이는 소비뇽블랑 품종으로는 일단 믿고 마신다는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에서 생산됐다. 윤식당처럼 기본 서빙온도보다 차갑게 해서 먹는다면 특유의 바스락거리는 산도를 느껴볼 수도 있다.
윤스테이에 있던 와인셀러에는 '타피 소비뇽블랑 말보로'가 있었다. 역시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에서 소비뇽블랑 품종 100%로 만들어졌다.
같이 와인셀러에 있던 화이트와인은 '알라모스 토론테스'다. 아르헨티나 와이너리 까떼나 자파타가 만들 것으로 토착품종인 토론테스로 만들었다. 토론테스는 비오니에나 게뷔르츠트라미너와 함께 향이 좋은 품종으로 손꼽히는 것으로 잘 만든 와인은 꽃향기가 아찔하기까지 하다.
살얼음이 낀 슬러시 소주처럼 이번엔 이가 시릴 듯 살짝 얼린 화이트와인에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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