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양갱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1가에 위치한 '적당(赤糖)'이 등장하면서다. 적당에서는 밀크티양갱, 헤이즐넛양갱, 라즈베리양갱 등을 비롯한 신선한 조합의 디저트를 만나 볼 수 있다. 빵 대신 백설기를 이용한 앙버터도 눈길을 모았다.
김태형 적당 대표(35)는 이처럼 신선한 조합에 대해 "좋아하는 음식을 재밌게 풀어봤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양갱을 좋아했던 게 메뉴 개발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 팥이 갖고 있는 고유의 맛과 양갱의 독특한 식감 때문에 어릴 적부터 양갱을 좋아했다"며 "요즘 디저트 시장이 마카롱과 케이크 등 서양 디저트 위주의 포화 상태인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던 상황에서 잘 맞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스터셰프 코리아2 결승전에서도 양갱을 활용한 디저트를 선보인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지난 2013년 올리브(olive)에서 방영한 마스터셰프 코리아2에 출연해 준우승을 거머쥐며 본격적으로 요식업계에 발을 들였다. 그는 "요리를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임했더니 자연스럽게 좋은 결과가 따라오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김태형 대표는 "요리를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다. 일본에서 밴드 데뷔를 앞두고 있었는데 여러 상황 때문에 데뷔가 계속해서 밀리게 됐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방송에 출연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스무살 때부터 연예계 데뷔를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이후 국내에서는 배우로, 일본에서는 가수 생활을 이어왔다. 다만 기약 없는 기다림을 보내며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꿈만 좇는다는 생각이 들어 점차 허무함을 느꼈다. 그러던 중 자연스럽게 요식업계로 발을 돌리게 됐다.
김 대표는 "사실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없다. 음식 솜씨가 좋으셨던 어머니에게 여러 가지를 많이 배웠다. 요리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혼자 많은 시도를 했던 경험이 쌓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각보다 양갱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들어가는 재료도 많지 않아 쉽고, 재밌게 만들 수 있는 디저트"라며 미소 지었다.
적당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인테리어도 매력 요소 중 하나다. 적당에 들어서면 내부에 있는 디저트 진열장, 조명, 테이블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감각적이다. 특히 적당의 인테리어는 개화기 시대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양갱이 기존에 갖고 있던 따분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김 대표의 노력 중 하나다.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함께 지난 2019년 가오픈을 통해 올해 3년 차를 맞은 적당. 밖에서 본 적당은 짧은 기간 내에 을지로를 대표하는 카페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순조로워 보였다. 하지만 적당을 운영하는 시간 동안 김 대표는 순조롭지만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가오픈 기간을 포함하면 3년 차, 정식 오픈을 한 지는 1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처음 정식 오픈을 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졌다"며 "지난해 중순을 넘어가면서 사실 거의 폐업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적당을 찾는 고객층은 단순히 음료 취식만을 위한 것이 아닌 공간을 느끼고, 체험하기 위해 방문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자영업자에게 12월은 가장 대목으로 꼽히는데 당시 하루 매출이 1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아 피가 바짝바짝 말라왔다"고 회상했다.
그래도 김 대표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마음 하나로 지금까지 쉬지 않고 꾸준히 달려오고 있다.
그는 "저는 일하는 게 좋다. 고객을 직접 응대하고, 고객들이 제가 출시한 디저트와 음료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시는 것도 큰 힘이 된다"며 "오픈 이후 거의 하루도 안 쉬고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의 일상은 24시간 일로 채워지고 있다. 그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적당이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을까로 가득 차 있다. 많은 카페 속에서 더 나은 카페로 거듭나기 위한 그의 열정적인 행보다.
하루도 쉬지 않고, 열정적으로 달리는 김 대표의 최종 목표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그저 묵묵히 지금의 자리를 지키는 것.
"거창한 것보다는 묵묵하게 잘 이어나가자는 목표가 새롭게 생겼다. 일이 행복하다. 좋아하는 일을 더 발전시켜 보자는 마음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리를 잘 잡아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을 보다 보니 적당도 더 잘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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