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생마사(牛生馬死)'. 홍수가 났을 때 힘이 쎈 말은 자신의 힘을 믿고 물살을 거슬러 가려다 힘이 빠져 죽고, 소는 물살에 몸을 맡기고 유유히 떠내려가면서 조금씩 뭍으로 나가 목숨을 건진다는 뜻이다. 지난 4·7 재보선에서 180석의 거대 여당은 마치 힘이 쎈 말 같았다. 일부에선 승리를 장담했다. 오만의 극치였다. 결과는 민심을 거슬러 가려다 넘어진 꼴이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국회에서 성년의날 기념 20대 청년 초청간담회를 가졌다. 재보선 참패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청년층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였다. 쓴소리가 쏟아졌다. 한 청년은 "민주당은 다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 했다. 또 "각종 비리가 생기면 네 편, 내 편 없이 공정하게 처리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연속된 '내로남불식' 행태가 정의, 공평과 멀었다는 것. 그 청년은 "(대선 후보자 가운데)어떤 분은 대학 안 간 사람 1000만원, 군 제대하면 3000만원을 지급한다는데. 청년은 더 이상 이런 공약에 속아서 표를 주지 않는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돈으로 표를 구걸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의미다. 쓴소리는 아무에게, 아무때나 하지 않는다. 애정이 있을때, 변화의 가능성이 있을때 한다. 문제는 받아들이고 실천하느냐다.
# '호시우보(虎視牛步)'. 호랑이가 먹잇감을 노리는 것처럼 날카롭게 상황을 판단하되 황소처럼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는 의미다. 문재인정부에서 스물다섯번의 부동산 대책이 나올때까지 정부는 호랑이였고, 황소였다. 하지만 먹잇감과 목표 모두 허상이었고, 결국 '사냥(집값 잡기)'에 실패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에 대해선 할 말이 없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 이후 부동산 정책에 대한 변화가 감지된다. 당청이 바삐 움직이는 모양새다. 공급대책은 이미 내놨다. 핵심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담보대출 규제 완화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한 가구에 오랫동안 거주했거나 노령자, 은퇴자 같은 분들에 대해 세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재산세 감면 상한선의 경우 6억원에서 9억원까지 상향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청년·신혼부부에게 90%까지 상향하는 내용도 검토된다는 후문이다. 등돌린 2030세대를 안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황소는 사라지고 호랑이만 남은 듯 하다. 표를 줄 사냥감을 포착한 것 같다. 임기가 1년도 안 남은 상황에서 나올 대책은 '사냥(득표)'에 성공할 수 있을까.
#. '우보만리(牛步萬里)'. 우직한 소처럼 천천히 걸어서 만리를 간다는 뜻이다. 급히 먹은 밥은 체한다. 스물다섯번의 대책에 대해 실패를 자인한 정부다. 노선을 변경한 부동산대책이 설익은 밥이 되어선 안된다. 충분한 뜸이 들어야 한다. 부동산정책은 고차방정식이다. 충분한 공급과 집중 해소, 인사이트(비전·통찰력)가 어우러져야 한다. 집이 남아돌면 집값이 오르겠는가. 유명 대학과 기업이 지방으로 간다면 어떨까. 집으로 돈 버는 시대가 끝날 것이란 인식이 자리잡는다면 집값이 오를까. 부동산 정책은 물살에 몸을 맡겨 목숨을 건지는 소 처럼 힘을 빼야 한다. 말(馬) 처럼 시장을 이기겠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목표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소 처럼, 만리를 가는 부동산 대책이 나와야 한다. /파이낸스&마켓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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