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 재건축조합은 정관에서 '조합원이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 분양계약 통지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경우 분양계약 체결기간이 종료되는 다음 날을 현금청산 기준일로 해 그동안 투입된 사업비용을 공제하고 현금청산금을 지급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甲 조합은 이를 근거로 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 자들에게 현금청산금에서 정비사업비 부담금을 공제하겠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도시정비법은 정비사업의 시행과정에서 발생한 수입을 초과하는 비용이 있는 경우, 조합원으로부터 부과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도시정비법 제93조 제1항). 그렇다면 도시정비사업에서 조합원이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 경우에도 위와 같은 부과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을까?
조합원이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 경우에는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므로(대법원 2010. 8. 19. 선고 2009다81203 판결), 원칙적으로 조합은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부과금을 부과·징수할 수 없다.
다만 현금청산 대상자가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기 이전까지 발생한 정비사업비 중 일정 부분을 분담해야 한다는 취지를 조합의 정관, 조합원 총회의 결의,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약정 등으로 미리 정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조합은 청산절차 등에서 이를 청산하거나 별도로 그 반환을 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3두19486판결, 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5다207785 판결 등).
도시정비법에 따른 재건축조합과 그 조합원 사이의 법률관계는 그 근거 법령이나 정관의 규정, 조합원 총회의 결의,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약정에 따라 규율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순히 '현금청산 대상자가 받을 현금청산금에서 사업비용 등을 공제하고 청산할 수 있다'는 추상적인 정관 조항만으로는 조합이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정비사업비 중 일부를 부담하도록 할 수는 없다는 최근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7두48437 판결).
즉 조합이 정관으로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기 전까지 발생한 정비사업비 중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관 또는 정관에서 지정하는 방식으로 현금청산 대상자가 부담하게 될 비용의 발생 근거, 분담 기준과 내역,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비용 부담과 관련해 잔존 조합원에게 보장되는 절차적 정당성 등을 고려할 때, 탈퇴하고자 하는 조합원에게 비용 부담에 관해 필요하고도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합리적으로 탈퇴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현금청산 대상자가 탈퇴 시점에서 부담하게 될 비용의 발생 근거, 분담 기준과 내역, 범위 등에 관한 구체적 정보를 정관 등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단지 추상적으로 '사업비용을 부담한다'는 내용의 정관 조항만을 근거로 현금청산 대상자가 예상치 못한 내용과 규모의 정비사업비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잔존 조합원과 탈퇴 조합원 사이의 형평에 반한다는 것이다.
결국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甲조합의 정관 조항이 추상적으로 '현금청산금에서 사업비용을 공제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고, 그 밖에 도시정비법이나 정관의 다른 규정을 통해서도 현금청산 대상자가 부담하게 될 비용 항목과 그 범위를 특정하기 어려우므로, 甲조합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현금청산 대상자들에게 지급할 현금청산금에서 정비사업비 중 일부를 공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7두48437 판결).
또한 대법원은 정관으로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정비사업비 중 일정 부분을 부담하도록 하는 경우, 그 비용 항목과 금액은 탈퇴 시점에서 현금청산 대상자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한 범위 내의 합리적인 비용만을 한정해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예를 들어, 현금청산 대상자는 재건축사업의 중간 단계에서 조합관계에서 탈퇴해 분양 수익을 누리지 못하므로, 적어도 '분양수익에만 기여하는 비용'은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부담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밖에 '잔존 조합원들의 이익으로만 귀속되는 비용, 전적으로 새롭게 건축되는 건물의 형성에만 기여하는 비용' 등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합리적 범위 내의 비용으로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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