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수의 돌직구] 수도권 대학 정원 줄인다고 해결될까
정부가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이 없는 수도권 대학들에도 정원 감축을 권고하기로 했다. 최근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보면 그렇다. 정원 감축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일반재정지원을 끊기로 할 방침이어서 사실상 대학들은 이에 따를 수밖에 없다.
대학 정원을 줄이려는 이유는 모집할 학생 자원이 점차 감소하는 상황에서 대학 사회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굳이 학생 모집에 어려움이 없는 수도권 대학들에게도 정원 감축을 권고하기로 한 건 고통 분담 차원이다. 지역 대학이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지역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다시 지방대학 위기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막아보자는 취지도 있다.
다만 정부가 나서서 대학 입학정원을 줄이지 않더라도 이미 대학들은 학생 모집에 어려움에 처한 상태다. 올해 전국 대학 충원율을 보면 91.4%로 4만586명을 뽑지 못했다. 이 기간 미충원 인원 중 75%는 비수도권 대학에서 발생했고, 전문대 미충원이 약 60%에 달한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까지 미충원 규모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에는 주로 지방의 소규모 대학이나, 전문대 위주로 정원을 감축해 왔다면, 앞으로는 수도권 대학들도 정원 감축 대열에 참여하게 되는 셈이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수도권 대학의 유지충원율을 기준으로 최소 30%에서 최대 50%의 대학에 정원 감축 권고를 할 경우 이르면 2024학년도 입시에서 수도권 신입생 모집 정원은 지금보다 약 5000명 내외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수도권 대학들도 정원 감축 대상이 되면서 치열한 입시 경쟁률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고, 그로 인한 사교육도 여전히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수도권 대학 정원을 줄인다고 그 인원이 지방 대학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면서 정부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부의 이번 대책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수 있어 우려스럽다.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는데 인위적으로 정원을 살려둔다고 해서 없던 경쟁력이 생기지 않는다. 대학들에게 '자율혁신계획'을 수립토록 했지만, 사실상 타율에 의한 대학구조개혁이 된다면, 장기적으론 대학의 경쟁력 강화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이번 정부에선 집값을 잡겠다고 20여차례 부동산대책을 냈지만, 아파트값은 오히려 폭등했고, 집을 사지 않은 사람은 '벼락거지'가 됐다. 대입제도를 개편하고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등을 추진하면서는 오히려 사교육비가 3년 연속 증가하는 결과가 나왔다. 대학 정책에서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최소화하고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둘 부분도 있다. 특히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단순히 입학정원을 줄이는데 초점을 두기보다는 대학들이 각자 처한 상황에 맞춰 스스로 특성화를 추진해 경쟁력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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