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서 노동자 사망 사건이 발생한 게 지난 5월 25일인데 왜 이제 특별근로감독을 하나요? 직장 내 괴롭힘 정황도 있고, 사람이 죽었는데 정부가 미리 근로감독을 할 수 없었나요?"
기자가 묻자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네이버 측에서 근로감독 청원을 내지 않았어요.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은 수시 감독을 할 수 있지만 네이버는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에 해당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정리하면 네이버에서 산재가 많이 발생하지 않아 굳이 정부가 나서서 근로감독을 벌일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네이버 노조가 2주 뒤인 6월 7일 사건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특별근로감독 진정서를 제출하고서야 고용부 조사는 시작됐다.
고용부의 '근로감독 집무 규정'을 찾아봤다.
"제보, 언론보도 등을 통해 노동관계법령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근로감독 청원 등이 접수돼 사업장 감독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업장 등에 대해 수시감독에 나설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번 네이버 노동자 사망 사건을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접했다고 털어놨다.
사고 현장에서 숨진 노동자가 쓴 평소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됐고, 한 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 정황도 드러났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임에도 사업장의 청원이 없었다는 이유로 고용부는 근로감독을 나서서 하지 않았다.
지난 3월에도 카카오 직원들은 사내 제보를 모아 고용부에 근로감독 청원서를 냈다. 그제야 고용부는 근로감독을 나섰고 장시간 노동, 임산부 초과 근무 등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정보기술(IT)·게임업계의 노동법 위반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업체 간 과도한 경쟁에 야근과 밤샘 근무를 반복하면서 직원들의 과로사 사건이 허다했다.
사무실은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고 해 '오징어잡이 배'로 불렸다. 신작 출시 때는 장시간 집중해 일하면서 온 몸이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는 '크런치 모드'에 걸렸다.
성과주의와 경직된 조직문화에 더해 상사의 괴롭힘마저 가해졌다. 노동자의 죽음은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3월 과로 죽음 유가족들이 '그리고 우리가 남았다'는 책을 냈다. 유가족들은 "과중한 노동을 정상으로 여기고, 견디지 못하는 사람을 패배자로 모는 사회"에서 더 이상의 죽음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고 했다.
드라마에서라도 주인공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 앞서 근로감독을 했다면 노동자의 죽음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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