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청와대와 내각은 정권 출범 후 지금까지 정치인과 폴리페서(정치 권력을 추구하는 교수), 그리고 시민단체 출신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로 구성된 문 대통령 핵심 참모들은 노무현정부 때 자신들의 개혁 실패 이유가 관료 집단의 방해 탓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조차 "부처에 해당 분야 관료 출신을 임명하는 것은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며 관료들을 불신했다. 이런 불신 때문에 처음부터 청와대와 내각 진용에 관료의 발탁은 현저히 줄었다. 문 정부 첫 내각의 장관 17명 중 관료 출신은 3명(17.6%) 뿐이었다. 이 비율은 노무현정부(36.8%), 이명박정부(37.5%), 박근혜정부(38.9%)의 절반도 안 된다. 임기 후반기에 이 비율이 조금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관료에 대한 불신감은 여전한 상태다.
지금까지 중용한 관료도 대부분 노무현정부 때 청와대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 일색이다. 통상 정부 정책이 성과를 내려면 개혁 청사진을 가진 정권 핵심부와 실무에 능한 관료들 간의 견제와 균형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이런 구조가 처음부터 형성되지 않았다. 모든 정부 정책 작업은 온전히 정권 창출에 기여했던 정치인과 폴리페서, 시민단체 출신 참모들에게만 주어졌다.
이 과정에서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갖춘 관료들의 의견을 듣는 건 기본인데도 이마저도 아예 무시했다. 이러다 보니 거의 모든 분야에서 4년 내내 혼돈과 불협화음만 불러오는 아마추어 정책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일방적으로 펼친 정책이 법제화되면서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최저 임금 인상,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이 그것이다.
정치인이나 교수, 시민단체 출신들은 자기 신념에 대한 자존심과 믿음이 크다. 현실보다 이론적 이상향을 추구하고 이를 반대할 경우 기득권 세력의 압력으로 치부하며 밀고 나간다. 이는 좋은 뜻으로 표현하면 소신이지만 반대로 '독불장군'의 아집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그들의 목표가 이상적이긴 했지만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경험 부족으로 인해 정책의 연착륙은 고사하고 그 뒤처리에도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문 정부가 인정하기는 싫겠지만 만약 엘리트 관료들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정책을 만들고, 그들을 중용했다면 모든 분야에서 지금같은 시행착오는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관료들 대부분 오랜 기간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요구 및 정치적인 변화속에서 일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추진력 있는 관료들의 경우 현실적인 감각과 반대 여론에 대한 대처 능력도 겸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성 부족과 기득권 세력이라는 고정 관념으로 이들을 도외시하면서 국민들은 현재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물고 있는 셈이다.
사회·교육 문제는 차치하고 경제 분야만 들여다보면 서슬 퍼런 전두환·노태우 정부는 물론 김영삼·김대중·이명박·박근혜 정부조차 경제는 전문가 집단인 경제 관료에게 맡겼다. 문 정부와 궤를 같이 하는 노무현정부에서도 이헌재, 윤증현, 김진표, 한덕수, 윤대희, 권오규, 박병원 등 경륜있는 경제 관료를 청와대와 내각에 중용하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였다.
부처 장관이나 공공 기관장들을 폴리페서 다음에 정치인 쓰고 다시 시민단체 출신이나 폴리페서로 돌려막거나, 아예 '예스 맨' 관료만 써서는 나라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대한민국 사회가 전례 없이 불안한 배경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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