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예해방을 놓고 미국 남북전쟁이 한참이던 1863년 11월19일. 격전지였던 펜실베이니아주의 게티즈버그에서 죽은 장병들을 위한 추도식이 열렸다. 미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병사들의 영혼을 위로하며 연설한다. 이날 추도식의 주된 행사는 당대 최고의 웅변가였던 에드워드 에버렛의 연설이었다. 그의 연설은 1시간 이상 이어졌다고 한다. 이어 링컨이 연단에 올랐다. '링컨의 2분 연설'이라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짧은 연설이었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들이 민주주의 이념을 굳건하게 지켜 나가야 한다는 요지를 매우 간결하고도 적절하게 표현한 연설로 유명하다.전 세계 연설문 가운데 가장 많이 인용된 연설로도 꼽힌다. 짧지만 강렬했던 연설의 핵심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명제를 만드는 새로운 나라를 이 땅에 세웠다.(중략)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지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였다. 1시간의 연설보다 2분의 연설이 더 강렬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대통령 후보 경선 연설에서 "길이 아니면 가지 않았고, 원칙을 걷고 정도를 걸었다"는 명연설을 했다. 그는 "92년 대통령 선거가 끝났을 때 영남이 환호했고, 97년 대통령 선거가 끝났을 때 호남이 환호했다. 절반의 환호였다. 2002년 대통령 선거가 끝났을 때는 광주에서도, 대구 부산 대전 서울에서도 다함께 환호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잘 사는 나라, 경쟁력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 복지와 문화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것이다. 동서가 화합하고, 노사가 화합해야 한다. 투명한 사회, 공정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단 명료했고, 긴 여운을 남긴 연설로 기억된다.
#. 누가 대통령이 될 상인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결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권의 꿈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감동을 주는 사람이 없다. 정치인의 말은 감동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 현재 지지율과 인기만으로는 나라의 리더가 될 수 없다. 내편, 네편이나 진영논리로는 한계가 있다. 현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만이 능력, 리더십과 연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름지기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될 사람이라면 현실 비판을 넘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을 어떻게 만들겠다는 청사진 말이다. 국가 경쟁력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자신만의 풀이집을 내놔야 한다. 아직까지 비전과 감동을 주는 대권주자가 없다.
#. 링컨은 '분열된 집은 바로 설 수 없다'면서 미국이 분열의 위기로부터 벗어나 통합된 국가가 되도록 했고, 노예해방 선언으로 모두에게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가치를 일관되게 지키고자 했고,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세상에 대한 꿈을 꾸었다. 그리고 민주주의 확대와 탈권위주의를 실현하고자 했다. 공정과 평등이 화두인 시대다. 여야를 떠나 대권주자들의 꿈은 자유다. 그러나 감동을 주는 그림을 내놔야 한다. 각자의 그림이 나오면 그때부터 대선까지 유권자들의 시간이다. 도덕성과 능력, 리더십을 검증하는 과정이다. 정치인은 글 쓸 일보다 말 할 일이 많다. 그래서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움직이게 할 감동적인 말도 필요하다. 또한 분열 대신 화합을 만들고 비전을 내놓는 후보를 기대한다. 유권자도 꿈을 꾼다. 이번엔 제발 존경받는 대통령이 나오기를. /파이낸스&마켓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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