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사람들이 더 한다더니, 어디서 월급이나 받아봤으면..."
지난 주말 민주노총의 도심 집회를 지켜보던 한 청년의 한숨 섞인 말이 내 귀에 꽂혔다,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인상" 수천명의 구호보다 칵테일 효과마냥 청년의 말만 생생하게 들렸다.
노동시장에 발 조차 디디지 못 한 청년에게는 민주노총의 집회가 그저 일할 데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노동권,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그들만의 리그'였던 셈이다.
2003~2005년 독일의 슈뢰더 정부가 단행했던 하르츠 개혁은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리고, 사업주의 해고를 보다 자유롭게 용인했다. 네델란드의 바세나르 협약도 노조가 임금동결과 해고절차 간소화 등 노동시장 유연화에 동의했다.
그럼에도 두 나라의 노동개혁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일자리 나누기란 큰 전제에 노사가 사회적 대타협을 이뤘기 때문이다.
당시 경제 불황에 실업률이 치솟고, 소득 양극화가 심화될 때 노사는 임금을 깎고, 근로시간을 줄이는 희생과 양보를 통해 고용을 늘렸다.
경기 침체기에 빠진 우리나라는 최근 코로나19 회복세에 취업자 수가 늘고 있다지만 그 속에 청년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5월 청년층 실업률 9.3% 보다 청년들이 체감하는 확장실업률이 24.3%로 더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에 더해 코로나19 이후 비대면화 추세로 무인 자동화가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
산업 구조가 바뀌고, 고용 형태가 변하는 상황에서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모여 일자리를 어떻게 늘리고, 개선해야 하는지 묻고 답해야 한다.
현재 민주노총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빠져 있다.
지난해 노사정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고용 안정을 보장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도출했을 때도 민주노총은 보이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는 남자 야구 선수들이 군에 입대하자 여자 리그가 출범한다. 하지만, 당시 "여자가 무슨 야구냐"라는 인식으로 공감도, 인기도 끌지 못해 결국 여자 야구는 폐지됐다.
1992년 페니 마샬 감독의 영화 '그들만의 리그'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고, 일자리 나누기도 사회적 대화도 없는 노동계의 외침에 공감하지 못 하는 것은 그들만의 리그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제는 청년이 던지고 여성이 치고 노인이 받는 '모두의 리그'인 노동판을 얘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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