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업계가 상반기 수익성 악화로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 몇년 새 곡물가가 급등하며 원가부담이 커졌지만, 여건상 라면가격을 올리지 못해 수익성에 부담이 생겼기 때문이다.
라면 3사의 주요 원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업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 라면의 주요 원재료인 수입산 팜유의 경우 1톤당 가격이 2019년 1분기 570달러, 2020년 1분기 627달러에서 올 1분기 980달러로 상승했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56.3% 오른 수치다.
수입산 소맥의 1톤당 가격은 2019년 1분기 181달러, 2020년 1분기 202달러, 올해 1분기에는 238달러로 올랐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17.8%나 올랐다.
오뚜기는 수입 대두유가 1톤당 가격이 2019년 1분기에 752달러, 2020년 1분기에 721달러, 올해 1분기 1031달러로 상승했다고 공개했다. 작년에 비해 43.0%나 올랐다. 수입 팜유도 2019년 1분기 504달러, 2020년 1분기 602달러에서 금년 1분기 958달러로 작년보다 59.1% 증가했다고 밝혔다.
삼양식품이 공개한 주요 원재료 등의 가격변동추이를 보면 유지의 1㎏당 가격은 2019년 1분기 973원, 2020년 1분기 1065원에서 올해 1분기 1180원으로 작년보다 10.8% 올랐다.
이처럼 라면에 들어가는 주원료 가격이 급등한 상황이지만 라면 3사는 제품 가격을 변동 없이 유지하고 있다. 이에 업체 부담이 점차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6년부터 곡물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라면업계는 수년째 가격을 동결해왔다. 오뚜기는 2008년부터 13년째 진라면 가격을 동결하고 있다. 농심은 2016년부터, 삼양라면은 2017년부터 가격을 과 삼양라면은 각각 2016년과 2017년부터 가격을 유지 중이다.
농심 측은 분기 보고서에서 "소맥은 기상 변화,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확대와 투기 세력 증가, 각국의 식량 안보 정책에 따른 비축 증가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팜유 가격도 곡물 작황과 코로나로 인한 세계 경기 추이에 따라 급등락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동원 농심 회장은 올 초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원재료와 기름값이 많이 올라 원가 압박이 있지만 (라면) 가격 인상 계획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농심 전체 매출의 79%를 차지하는 라면의 이익 감소는 농심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원가 상승 및 제품 가격 유지는 라면3사의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큰 요인이다. 농심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28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5.5%나 급감했다. 오뚜기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50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2% 떨어졌다. 삼양식품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0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2.1% 감소했다.
사실 올 초부터 대부분 식품은 가격이 올랐다. 풀무원의 두부와 콩나물 가격 10%가량 인상을 시작으로, CJ제일제당과 오뚜기도 즉석밥 가격을 7~8% 인상했다. 반찬 가격도 올랐다. 동원F&B와 샘표는 반찬용 통조림 캔 제품을 각각 13%, 35% 올렸다. 코카콜라와 롯데칠성음료도 탄산음료의 가격을 7%가량 올렸다. 맥주업계 1위와 2위인 오비맥주, 하이트진로도 맥주가격을 올렸다. 오는 8월부터는 우유 원유 가격도 1ℓ당 1034원에서 1055원으로 21원(2.3%) 오를 예정이다.
하지만 라면은 상황이 다르다. 원재료 가격인상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줌에도 불구하고 라면값 인상은 쉽지 않은 사안이다. 유독 라면 가격 인상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기 때문이다.
라면 가격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 주변의 압박이 작용한다. 특히 라면의 경우 '서민 음식' 이미지가 강해, 제품 가격을 인상할 경우 소비자들에게 역풍을 맞을 수 있다. 13년간 라면 가격을 동결한 오뚜기는 지난 3월 가격 인상 방침을 밝혔다가 곧바로 철회한 바 있다. 여론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서민물가 안정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옥죄기 정책에 의해 가격 인상 철회를 한 예는 있었지만, 자진 철회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가 인상으로 업계 전반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당장 2분기 실적도 걱정"이라면서 "하지만 이미 한 업체에서 소비자 입김에 의해 가격인상을 실패한 이상 눈치 보기는 한동안 더욱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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