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수학시간에 집합을 배울 때 '필요충분조건'에 대한 개념을 접한다. 이 개념을 설명하는 예문 중에 "A가 인간이라면, A는 동물이다"라는 것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 명제는 참이므로 인간은 동물이라는 것의 충분조건이 된다. 반대로 동물은 인간이기 위한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안된다.
인간과 동물을 '투자자와 금융소비자'에 그대로 대입해보자. "B가 투자자라면, B는 금융소비자다"라는 명제는 참이므로 투자자는 금융소비자가 될 수 있는 충분조건이 된다. 반대로 금융소비자는 투자자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은 안된다.
금융소비자는 예금, 적금, 보험, 금융투자상품에 가입하는 사람을 통틀어서 얘기하는 대집합이라고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 정의한다. 이중에서 금융투자상품은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이어서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5000만원까지 원리금을 보호받을 수 있는 예금, 적금과 본질적으로 다른 부분집합에 해당된다. 그래서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하는 사람을 자본시장법에서 투자자로 따로 규정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는 투자자라는 부분집합을 포함하는 대집합인 셈이다.
투자자는 자본시장법상 원금 손실이 가능한 상품에 투자하는 사람을 말한다.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금융상품에 가입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대 수익이 높다는 의미다. 이는 곧 투자다. 투자는 리스크를 사는 행위다. 리스크에 대한 투자는 자본시장법 55조에 명시되어 있는 자기투자 책임 원칙을 전제로 한다. 금융소비자보호가 아무리 강화된다 하더라도 리스크가 있는 자산에 투자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는 뜻이다. 투자에서 손실을 봤다고 투자자가 금융소비자보호법의 금융소비자와 동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원칙이 자본시장법의 기본 원칙이고 금융투자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기본 윤리이다.
기관투자가, 전문투자가, 개인투자가라는 용어도 리스크를 분석할 줄 아는 역량과 경험, 자기책임이라는 원칙에 기반해 투자하는 지 여부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 기관투자가와 전문투자가는 투자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본인에게 있다. 이들이 투자한 사모펀드는 전문가의 사적 계약에 의한 투자이므로 분쟁을 판단함에 있어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점을 고려해 일반투자자와는 다른 판단이 적용된다.
라임과 옵티머스에 이어 팝펀딩, 무역금융, 젠투펀드 등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심과 분조위 결정이 예정되어 있다. 아무리 금감원 결정을 앞두고 있고 금융당국의 제재 압박이 크다 하더라도 금융투자회사가 해야 될 일과 하지 말아야 될 일이 있다. 투자자와 금융소비자는 동치가 아니므로 둘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제는 모두들 수긍하지만 공모펀드도 아닌 고위험 사모펀드 투자자와 초저위험 상품인 예금과 적금에 가입한 사람들과 같은 차원에서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위험 수준에 따라 기대수익이 달라지므로, 금융소비자 보호 수준도 투자한 상품의 위험 등급에 따라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 그래야 자본시장의 기본과 원칙이 선다.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와 다르다. 사적 계약을 통해 투자자의 자금을 운용한다. 사적 계약이므로 당사자가 합의하면 투자대상이나 운용방식에 제약이 없다. 기대 수익이 높은 만큼 기대 손실도 크다. 아무리 큰 손실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사모펀드를 공모펀드와 같은 차원에서 소비자보호 정책을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사모펀드에 대한 자기책임 투자 원칙이 무시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면 금융투자산업은 존재 기반이 약화되게 된다. 금융당국과 정부에도 두고 두고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금융은 포퓰리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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