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대 말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추진하던 덩샤오핑이 펼친 경제 정책 가운데 흑묘백묘론(黑猫白描論)이 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되는 것 처럼,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중국 인민을 잘살게 하면 그것이 제일이라는 정책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서울시와 주택공급 협력 방안을 묻는 질문에 "흑묘백묘라는 말처럼, 사업성이 있고 민간이 잘하는 부분은 민간이 맡고,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주민 간 의견 합치가 되지 않는 곳에선 공공이 개발을 이끌면 된다"고 했다. 부족한 공급을 충족하기 위해선 공공이든 민간이든 상관없다는 의미다. 그는 현재 집값이 급등한 상황에 대해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노 장관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초저금리가 유지되는 등 유동성이 시중에 많이 풀렸고 주택 공급도 총량은 적지 않았지만 입지나 품질에 있어 미스매치가 있었으며, 그동안 정책도 수요·공급대책이 조화롭지 못해 바둑으로 치면 수순이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고 부동산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 최근 재건축단지 조합원이 새 아파트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간 실거주하게 하려던 규제가 백지화됐다. 재건축 2년 거주 의무는 작년 발표된 '6·17 대책'의 핵심이었다. 서울 강남의 주요 재건축단지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조합설립인가를 서둘렀다. 재건축 추진이 빨라지면서 일부 대형아파트는 6개월새 13억원이나 뛰었다. 1년여간 법 통과가 지연되다가 결국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빼기로 했다. 강남일대 재건축 아파트값 급등요인으로 작용했던 부동산규제가 처음으로 철회된 셈이다. 정부의 설익은 부동산정책이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집값을 끌어 올린 것은 물론 일부 아파트에선 2년 거주 의무를 맞추려는 집주인 때문에 세입자가 쫓겨났다. 문제는 대선 과정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 중 일부가 또 백지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표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이 고개를 들 수 있다. 거기서 누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래서일까. 집값은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다.
#.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들어 4년 동안 서울 집값은 평균 79.8% 뛰었다. 마포의 A아파트는 4년새 7억원에서 14억원까지 올랐고, 서초동의 B아파트는 15억원에서 30억원을 넘어섰다. 세종 집값도 4년간 무려 104%나 급등했다. 집을 사지 않으면 망하겠다는 심리가 강해진 이유다. 결과는 '패닉바잉(공황구매)'으로 이어졌다. 영혼까지 끌어 모았다는 30~40대가 많다. 대출금을 갚느라 매달 허덕이지만 집값이 오르니 웃고 있다. 집이 없을땐 집값이 떨어지길 기대했지만 이젠 아니다. 영끌까지 했으니 계속 올라야 한다. 그들에겐 슬픈 일이지만 공황구매 열차에 올라 타지 못한 서민들은 다시 흑묘백묘론을 떠올린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집값을 잡아 줬으면 한다. 여야를 떠나 집걱정 없는 정책을 내놓을 대통령이 나오기를 고대한다. 내년 3월 대선까지 부동산정책은 모두의 화두가 될 것이 명약관화다. 실현가능하면서 획기적인 집값안정 정책이 나와야 한다. 문제는 또다시 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가운데 한쪽은 '악소리'가 나올 게 분명하다. 새 정부가 집값을 잡든 잡지 못하든. /파이낸스&마켓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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