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들어 부동산 시장은 규제 홍수다. 숨 가쁘게 쏟아진 대책만 25차례나 되는 데다 시행도 너무 빠르다. 문제는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치지 않고 시행된 규제 탓에 효과는 미미하고 그나마도 갈팡질팡이다. 이 틈새에서 억울하고 황당한 고충을 겪는 피해자들만 양산되고 있다.
수도권에 사는 L씨는 9월 말 영종도에 신축중인 단독주택에 입주하기 위해 25년간 살던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았다가 어처구니 없는 일에 휘말렸다. 근처 부동산중개업소에다 전세를 내놓은 지 얼마 후 계약을 하고 싶다는 부동산중개업자의 연락을 받고 일주일 후에 정식으로 계약서를 쓰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중개업소가 통상적으로 전세 물건 우선 독점을 위해 돈을 송금받는다면서 임차 희망자 이름으로 1000만원을 L씨 통장으로 보내왔다. L씨는 정식 전세 계약에 앞서 알고 있던 세무사에게 세금 문제와 관련한 자문을 받던 중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더라도 지난 6월 1일부터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의 경우 양도세 최고세율이 75%로 인상됐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여기에 그 전까지는 3년내 집을 팔면 비과세였지만 이제는 1년만 비과세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에 거래 부동산중개업소에 1년내 집을 팔아야 하니 전세를 걷어들일 수 밖에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거래 부동산중개업소 뿐 아니라 한 번도 만나지도 못했던 상대방 부동산중개업소와 전세 희망자까지 합세해 계약 파기라며 송금한 돈 1000만원 외에 2000만원을 달라고 생떼를 쓰고 있다. 알고보니 부동산 양도세법과 임대차법이 바뀌면서 L씨 같은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중이다.
서울에 사는 H씨도 '조변석개'로 바뀐 부동산 정책의 피해자다. H씨는 10년 전 은퇴 후 노후 생활비로 고심하다가 2013년 서울 강북에 4평짜리 원룸(도시형생활주택) 4가구를 샀다. 7년 전 매입 당시 시세는 1가구당 1억원이었다. 3년 전 정부가 주택임대사업을 장려해서 4가구 모두 등록했다. 그런데 날벼락을 맞았다. 정부가 앞으로는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을 받지 않고 기존 사업자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말소시켜 2030년 무렵까지는 다 없애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H씨는 현재 사는 아파트(시세 7억원)까지 합해 무려 5주택자가 된다. 부자들이나 내는 종합부동산세를 내게 생겼다. 임대사업을 계속하고 싶지만 H씨가 보유한 도시형생활주택이 아파트에 해당된다. 4평짜리 원룸인데 5층 이상이라 아파트라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는 임대사업을 계속할 수 없다.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초반 K씨는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인 확대방안' 부동산 대책을 보고 허탈해했다. 도심에서 새 아파트 분양을 받을 길이 더 좁아져서다. 그는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 둘 등 부양가족을 3명 두고 있다. 무주택 기간·부양가족 수 등으로 계산한 청약점수가 69점이다. 정부의 2·4대책 후폭풍이 청약부금·청약예금 가입자를 덮쳤다. 이번 대책으로 청약통장의 쓸모가 줄었기 때문이다.
시장에 역행하는 정책 폭주 후유증은 이뿐 아니다.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가 강화되면서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한 탈법까지 난무하고 있다. 부부가 위장이혼을 하거나 혼인신고를 미루는가 하면 친인척 이름을 빌려 명의신탁하는 방식으로 실정법을 위반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내 집 소유자는 물론 세입자, 무주택자까지 모두 정부의 어설픈 '아마추어 부동산 대책'에 몸살을 앓고 있다. 과도한 규제와 세금은 오히려 주택 공급을 위축시켜 민생을 어렵게 할 뿐이다. 국민을 대상으로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쯤에서 멈춰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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