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개'라하면 군인들이 기분 나빠할지 모르겠지만, 개가 사역을 위해 길들여 지듯 군대도 정치인들에게 길들여진다. 개가 사회성을 가지고 상하관계 맺는다는 점, 사냥과 방호의 본능이 있다는 점도 닮은꼴이다.
개가 사람에게 사역 임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훈육이 뒷받침돼야 한다. 훈육이 엉망이면 사람을 공격하거나, 야생본능을 잃고 공포에 떠는 짐승으로 전락하게 된다. 국군은 통제를 벗어나 시민을 공격한 치욕의 역사가 있다. 그렇지만, 지난 20여년 동안 군대는 정치인의 눈치를 보며 파르르 떨어야 하는 존재로 추락했다.
군에 대한 문민통제는 매우 중요하다. 민은 군을 사용 목적에 맞게 통제하되 그 기량이 떨어지게 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여야 구분 없이 정치인들의 국군 훈육수준은 처참하다.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은 군의 주요지휘관과 회의를 가졌다. 곧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이 회의의 주요사안이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군통수권자가 중요하게 짚은 내용은 '열사병 예방', '부실급식 해결' 등이었다. 주요 지휘관들에게 병영문화 개선 의지를 피력하는 중요한 일이긴 하다.
그렇지만, 군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의 군에 대한 통솔력은 아쉬웠다. 회의를 요약하면 '민의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에서 더 이상 소리나지 않게 주의해라'는 뜻이다. 그런데 군통수권자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도울 일이 무엇이냐'는 말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꿔 생각해보면 눈칫밥을 얻어먹는 군대가 대통령 앞에서 무슨 말을 하겠는가. 군기지를 종이비행기처럼 날려버리는 정치인들 앞에서도 '합죽이'가 되는 군대니까 말이다. 최근 여권의 유력 대선 후보들은 '주택문제'을 해결하기 위해 '군기지 이전 카드'를 들었다. 서울 군공항(성남 공군기지)의 기능을 김포공항으로 옮기자고 한다. 항공기 왕래횟수와 정체 등은 고려했을까. 김포 인근에 들어선 대규모 주택단지들 덕에 군용기들이 제대로 뜰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군기지 이전을 두고 '진보정부'만을 비난해서는 안된다. '안보'를 핏대세워 외치던 '보수정부'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 군공항의 활주로를 틀어가며, 제2롯데월드를 허용했다. 공군 조종사들의 안전과 작전성은 중요치 않다. 보수진영의 대권후보로 나섰던 류승민 의원은 '대구 군공항 이전'을 주장했다. 민원에 따라 날릴 수 있는 군기지의 시발점을 만든 인물들이다. 군통수권자가 되고 싶은 정치인들은 '역사'를 타산지석을 깨우치길 바란다.
약 13개월 만에 남북 군 통신선이 복구되면서 정치권에서는 남북대화의 기대감이 피어났지만, 북한은 변함없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직사화기' 쏘아대듯 날렸다.
이에 여당 의원 60여명은 사실상 연기가 어려운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이 또 도발을 할 것 이라면서 말이다. 과거 우리가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단했었지만 도발을 이어온 그들이다. 호들갑 보다는 의연해지자. 군대 앞에서 '에헴'하면서 북녁에는 약해지나. 평화를 위한 대화의 노력은 노력인 것이고 이와 별도로 우리도 해야 할 일을 눈치보지 않고하면 된다.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 훌륭하고 강건한 군대 사육사가 되어 주시길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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