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맛보는 와인 ⑧와인패밀리(원제: From the Wine)
"여기 누구 와인 만들 줄 알아요?"
"아무도 없어."
"뭐 좋아요, 구글로 검색해 봅시다."
맙소사. 평생 모은 퇴직금 계좌를 털어서 와인을 만들겠다고 나섰는데 시작부터 불안하다.
지금 자라고 있는 포도품종이 뭔지나 알고 있냐는 질문에 포도를 한 알 따먹더니 자신있게 답한다. "레드?"
영화 '와인패밀리'의 주인공 마크 젠틸레는 이탈리아 대성당의 도시 아체렌자에서 태어났다. 아체렌자에서 할아버지와 지내던 마크는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지금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산다.
자동차 회사 산티우스의 최고경영자(CEO). 겉으로 보면 성공한 인생인데 속을 들여다보면 모든게 엉망이었다. 한 평생을 다 바친 회사는 수익을 위해 신념을 꺾으라고 한다. 와이프와는 일을 핑계로 각 방을 쓴지 오래됐고, 딸과는 3년째 말 한 마디 한 적이 없다.
마크의 선택은 모든 것으로부터의 탈출이었다. 회사에는 사표를 던지고, 가족들의 반대에도 홀로 아체렌자로 향한다.
아체렌자는 이탈리아 남부 바실리카타에 있는 소도시다. 로마에서 차로 이동한다면 꼬박 5시간은 걸리는 곳이다. 포브스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지만, 알려지지 않은 10곳'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크는 비행기에서 내려 이탈리아 땅을 밟으면서도 여전히 왜 왔는지, 오기로 한 결정이 맞는지 스스로도 확신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포도들도 비아냥거린다.
"농장을 다시 열겠다고? 내 말 듣고 집에 돌아가. 너 같은 놈들 필요 없어. 여기도 망칠 게 뻔해. 니 인생을 망친 것처럼." 포도나무에 귀를 기울였지만 사실은 마크 내면의 목소리인 셈이다.
할아버지의 와이너리는 오직 하나의 포도품종만 자란다. 알리아니코다. 일찍 싹이 트지만 더운 기후에서도 10월 말은 되어야 수확할 정도로 늦게 숙성된다. 인위적인 관개시설이 아니라 빗물로만 키워야 한다. 자연의 영역이다. 지름길은 없다.
인내가 필요하지만 알리아니코는 잘만 키워낸다면 '남부의 바롤로'라고 불릴 정도로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만들 수 있다. 진한 과실 풍미와 균형감 있는 산미, 잘 익은 타닌까지 맛볼 수 있다.
"바실리카타 한 병 안엔 최고의 풍미가 들어있지. 풀바디한 레드가 느껴지면서 입 안을 맑게 해주지. "
무모한 꿈은 마을 사람들과, 가족들의 도움으로 현실이 된다. 마크 패밀리는 아체렌자에서의 여정을 가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단순한 휴가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받아들인다.
와인 사업에 반대했던 와이프는 와인 병에 붙일 라벨을 직접 그리고, 딸은 이탈리아 와인 규정에 맞게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나선다. 마크 역시 갈팡질팡 했던 시기를 보내고 비로소 혼자가 아닌 모두와 함께 '살루테(건배)'를 외칠 수가 있게 됐다.
"살루테, 라 돌체 비타(달콤한 인생). 사람들이 이 와인을 마시면서 우리가 떠난 후에도 오래도록 웃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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