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한미 연합훈련'은 역대 훈련 중 가장 쪼그라든 규모가 돼, 한·미 군사동맹의 '상호운용성'과 '수준유지'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 2019년 이후 한미 연합훈련을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지휘소 훈련으로 진행해 왔는데, 이번 하반기 한미 연합훈현의 경우 한국군 참여 병력이 돌연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미 연합훈련 코앞인데 편성병력 돌연 취소한 한국군
8일 익명의 주한미군 정보통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0일부터 사전연습격인 위기관리참모 훈련이 실시되는데, 훈련 참가를 위해 편성돼야 할 한국군 병력의 일부가 이번달 들어 돌연 편성이 취소됐다"면서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하는 일선 미군들은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하반기 연합훈련은 이번달 10~13일에 위기관리참모훈련을, 16~26일에 연합지휘소훈련(21-2 CCPT)을 각각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 정보통은 "훈련에 참가하는 한미 양국 병력은 훈련참가 한 달 전부터 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 PCR검사 및 자가격리 등 방역준비를 철저히 끝냈다"면서 "한미 연합훈련이 축소되어 온 상황에서 한미 연합사령부 및구성군사령부 등에 필요한 준비된 병력마저 빼버리면 훈련은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다.
한미 연합훈련에 편성돼야 하는 한국군 병력을 돌연 줄인 것에 대해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한미 군 당국은 훈련 참가인원들에 대한 방역준비를 오래전부터 철저히 진행해 왔기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부 병력의 훈련편성 취소가 내려진 시점도 석연치 않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일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범여권 인사들도 이와 뜻을 같이하는 발언을 꺼내기 시작했고, 그 이후 편성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北 눈치보나? 軍 일선 '화학적 거세'라는 반응
한미 연합훈련은 1954년 유엔군사령부가 주관한 포커스렌즈 훈련을 시작으로 포커스 레티나, 프리덤 볼트, 팀스피릿, 연합전시증원(RSOI), 독수리연습(FE)·키리졸브(KR)·을지프리덤가디언(UFG) 등으로 불리며 70년 가까이 이어져 왔다. 방어적 성격의 연례훈련임에도 북한은 일관되게 강도 높은 비난과 함께 중단을 요구해 왔다.
결국 2018년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연합훈련 중지 및 유예 방안이 나오면서, KR·FE·UFG 등의 이름은 사라지고, 축소된 연합지휘소 훈련과 단위 부대별 연합훈련만 남게됐다.
일각에선 미군의 작전개념이 여러 개의 블록 체계를 통해 장거리 정밀타격을 수행하는 모자이크 전장 개념을 발전되고 있는 만큼, 지하벙커에서의 전쟁지휘부 훈련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즉, 인공지능과 네트워크 체계를 갖춘 무기체계들이 등장한 만큼 네트워크 체계를 이용한 정기적인 시뮬레이션 훈련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군 일선에서는 '군대에 대한 화학적 거세'라는 반론도 나온다.
한미 연합훈련 참가 경험이 많은 익명의 간부는 "동맹군 서로 간의 차이를 이해하고 양쪽 모두가 융합적으로 역량을 내는 '상호운용성' 효과를 과소평가 해서는 안된다"며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이 미군으로부터 전환받고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한미 연합훈련을 통한 학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양군의 상호운용성과 한국군의 수준유지 및 발전을 위해 중요한 한미 연합훈련을 정치적 아젠더로 축소하는 것은 '화학적 거세'를 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한미 동맹에 큰 공헌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중장 전역)도 "한미 연합연습(훈련)을 정치적 협상의 대상으로 삼은 것 자체가 문제였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제 기본연습마저 영향받는 지경에 이른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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