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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14>와인, 캔으로 들어가다

<114>캔 와인

 

안상미 기자

뭐니뭐니 해도 1순위는 생(生). 신선한 거품이 유난히 많고, 강하게 톡 쏘는 맛은 집에 누워 쉬다가도 동네 호프집을 굳이 가게 만드는 이유다.

 

생을 먹으러 갈 수 없다면 2순위 대안은 캔. 마지막 후순위가 병이다.

 

맥주에서 선호하는 순위를 매겨보자면 말이다. 캔이 병을 앞선 것은 더 시원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에서다.

 

아버지는 달랐다. 같이 '치맥'을 하면서도 꼭 병 맥주를 찾으셨다. 병 맥주야말로 진짜 맥주맛이 난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호프집 생 맥주, 캔 맥주도 병 맥주와 비교하면 한참 뒤에나 나왔다. 병 맥주로 맥주를 시작한 아버지에게 진짜배기는 병에 든 맥주다.

 

와인 대중화가 이어지며 편의성을 높인 캔와인의 인기가 올라간 지난 1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 마트 와인코너에 캔와인이 진열돼 있다. /뉴시스

그럼 와인으로 가보자.

 

와인이야말로 멋진 라벨에, 묵직하고 고풍스러운 병에 담긴게 진짜배기인데. 수백년, 수천년 동안 당연했던 것이 도전을 받고 있다. 와인 열풍이 불고 소비층이 넓어지면서 가볍고, 용량도 부담스럽지 않은 캔 와인이 진열대 전면에 깔렸다.

 

캔 와인의 인기는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캔 와인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와인 스펙테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 3월 20일 기준 1년간 캔 와인 판매규모는 2억5300만달러(한화 약 2966억원)로 전년 대비 62%나 급증했다.

 

미국에서만 최소 580곳 이상의 와이너리가 캔 와인을 만들고 있다. 수요가 늘면서 마이클 데이비드나 샤또생미셸 같이 이미 유명 브랜드를 가진 와이너리들도 캔 와인 생산에 나서고 있다.

 

캔 와인의 가장 큰 장점은 편의성이다.

 

훨씬 가벼우니 들고 다니기도 편하고, 용량도 300ml 안팎으로 부담도 없다. 와인오프너를 챙길 필요도 없고, 와인잔에 마실 상황이 안되면 그냥 캔채로 마셔도 상관없다. 환경적으로도 재활용이 용이한 캔이 병을 앞선다. .

 

와인 자체의 품질도 좋아졌다. 이전에 저가 와인을 캔에 담아 대량으로 생산했다면, 지금은 병에 넣을 똑같은 와인의 용기만 캔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알렉산더 밸리 카베르네'는 15달러의 캔 와인으로 선보이면서 모든 물량이 동이 났다. 병에 담았다면 45달러에 팔렸을 와인이었다. 용기만 바꿔도 같은 품질의 와인을 3분의 1 가격이면 살 수 있단 얘기다.

 

물론 병 와인을 절대 뛰어넘을 수 없는 단점도 있다. 숙성이 불가능하다. 딱 마실 시기가 된 와인만 캔 와인으로 만들 수 있고,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마셔야 한다. 10년, 20년 뒤가 더 기대되는 고급 와인은 캔 와인으로 절대 만들 수 없는 셈이다.

 

캔 와인이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 지, 아니면 캔 맥주와 같은 새로운 대세가 될 수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앞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에 달렸다.

 

호프집에서 병 맥주를 찾는 아버지께 한 마디 했던 것처럼, 나 역시 병 와인을 고르다가 "엄마는 구식이네. 와인이야 말로 캔 와인이 제맛이지" 타박을 듣는 날이 오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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