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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무용론 속 줄줄이 개막하는 ‘비엔날레’

2년마다 열리는 시각예술축제인 비엔날레가 줄줄이 개막한다. 지난 1일 문을 연 전남수묵비엔날레를 시작으로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강원국제트리엔날레(3년 주기)가 9~10월에 걸쳐 연이어 막을 올린다. 부산 바다미술제(10.16~11.14)까지 포함하면 9개에 달한다.

 

원래는 지난해 개최돼야 했으나 코로나19로 순연된 제2회 전남수묵비엔날레는 수묵화의 본고장 목포와 진도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10월 31일까지 '오채찬란 모노크롬-생동하는 수묵의 새로운 출발'이라는 주제로 남도전통미술관을 비롯해 목포문화예술회관, 소치기념관 등에서 15개국 작가 200여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도 8일(~11.21)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문을 연다. 역시 코로나19로 연기된 끝에 비로소 발을 뗀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도피주의'다. 현실의 제약으로부터 탈출하려는 개인의 욕망을 예술과 대중문화의 상상력으로 연결해 살펴보고 폭넓은 사회적 연대를 제안하는 작품을 소개한다.

 

주최 측의 설명에 따르면 도피주의를 비평적 도구로 삼아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와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른 인종주의, 젠더, 계급, 정체성, 이주, 경제 위기, 환경 문제 등 인류 공통의 사회적 쟁점을 다룬다. 작가 41명(팀)의 작품 58점이 소개된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개막 이틀 뒤엔 사진전문 행사인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가 1년 미뤄진 끝에 대구문화예술회관을 중심으로 한 시내 전역을 무대로 11월 2일까지 이어진다. 주제는 '누락된 의제-37.5 아래'이다. 37.5는 코로나19 진단 발열 기준 체온을 뜻하며, '누락된 의제'는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변화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빈부격차, 차별 등의 문제들을 의미한다. 32개국 351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밖에도 9월과 10월은 '비엔날레의 달'이라고 할 만큼 여러 지자체에서 다양한 형식과 주제를 내건 비엔날레가 일제히 닻을 올린다. 여기엔 청주공예비엔날레와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강원국제트리엔날레도 포함된다.

 

이중 강원국제비엔날레의 후신이자 3년 단위로 순회하는 국내 최초의 유목형 예술제인 강원국제트리엔날레(9.30~11.7)는 '따스한 재생'을 키워드로 홍천군 결운리 옛 군부대 탄약정비공장과 폐교한 와동분교, 홍천중앙시장, 홍천미술관 일원에서 펼쳐진다. 코로나19 속 인간 사회에 드리운 환경 위기와 재난,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서 재생의 기대와 회복의 전망을 살펴보자는 게 취지다. 37개국 작가 100팀이 출품한다.

 

올해 비엔날레들을 관통하는 분모는 대폭 확장된 온라인 전시와 더불어 자연, 생태, 빈곤, 권력, 계급, 인종, 차별, 소통 등 동시대 인류 앞에 놓인 현안에 있다. 대체로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질병의 확산과 그로 인한 위기 속에서 그동안 무관심했거나 간과해온 사안에 대한 우리의 과오를 반성하고 나아갈 방향을 담고 있다.

 

다만 위 현안들은 이미 여타 전시를 통해 숱하게 거론해온 이슈들이라 그리 새롭지는 않다. 결국, 당대 인류 앞에 놓인 모든 문제의 배후인 자본주의라는 망령의 심장을 날카롭게 도려낼 수 있는 혁신적 칼날이 되어야 하지만 비엔날레 자체가 권력이자 자본주의적이라는 사실에서 기존 한계성과 상투성, 추상성을 예단케 한다.

 

주제만 거창할 뿐 혈세만 낭비한다는 '비엔날레 무용론'을 피할 수 없는 또 한 번의 '의무방어전'으로 남을지, 아니면 담론의 생성 및 사회 속 실천 방안에 대한 실질적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비엔날레의 역할과 가치를 증명할지 두고 볼 일이다.

 

■ 홍경한(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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