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화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공급이 일정해도 수요가 늘면 가격은 올라간다. 반대로 수요가 그대로라도 공급이 줄면 가격은 비싸진다.
만약 수요는 점점 많아지는데 공급은 감소한다면. 해당 재화의 가격이 '많이' 오를터.
경제학 강의가 아니다. 현재 와인시장의 상황이 이렇다.
지금까지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쳐오면 와인 시장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경기 침체에 필수품이 아닌 와인은 수요가 줄면서 가격 역시 하락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은 오히려 와인을 즐기는 문화를 만들었다. 그게 '혼술(혼자+술)'이든 가족과의 '홈술(홈·home+술)'이든 말이다.
한국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와인 수입 규모는 2억7999만 달러다. 지난해 상반기 1억3468만달러 대비 2배 넘게 급증하면서 작년 연간 수입액인 3억3007만달러에 근접했다.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요 국가에서도 와인 소비량이 늘었다.
반면 와인 생산량은 줄었다.
기후변화에 와인 생산지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은 한두해가 아니지만 올해는 유난하다.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농림부는 올해 와인 생산량이 3260만∼3560만헥토리터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전년 대비 30% 가까이 급감해 수확량이 크게 줄었던 1977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3월엔 주요 와인 산지의 기온이 최고 26도까지 오르면서 포도나무 개화를 앞당기더니 이내 이례적인 한파로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면서 다 얼려버리고 말았다. 여기에 여름엔 폭우까지 겹쳤다.
이탈리아도 올해 와인 생산량이 작년보다 5∼10% 줄어든 4400만∼4700만헥토리터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세계 와인 생산량 각각 1, 2위인 곳이다. 증가한 수요, 감소한 공급은 와인 가격의 끝없는 상승으로 나타났다.
런던 국제 와인거래소(Liv-ex·리벡스)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모든 주요 지수가 일제히 상승했다.
와인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고급 와인 50종의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리벡스 파인 와인 50 인덱스(Liv-ex Fine Wine 50 Index)는 지난달 말 기준 연초 이후 10.67% 상승했다. 범위를 좀 더 넓혀서 전세계 최고의 와인 100종의 가격 변동을 추적하는 리벡스 파인와인 100 역시 10.01% 올랐다. 대중적인 와인까지 포함한 리벡스 1000도 8.23% 상승했다.
5년전 10만원에 살 수 있었던 부르고뉴 와인은 이제 17만원은 줘야 살 수 있게 됐다. 버건디 150 지수는 최근 5년간 75.38%나 급등했고, 샴페인 50 지수도 59.04% 상승했다.
'오늘이 가장 싸다'. 이제 샤넬백과 강남 집값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와인도 그렇다. 와인을 잔뜩 사놓은 당신의 마음이 더 편해질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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