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도 익히 알고계시는 예화를 들어보겠다. 조선 태종 때부터 세종을 거쳐 문종에 이르기까지 재상을 지낸 황희(黃喜)정승의 일화다. 그가 벼슬에 오르기 전의 일로 어느 날 지인의 집에 가는 길에 들판을 지나다가 한 농부가 두 마리 소에 멍에를 씌워 밭을 갈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냥 호기심에 농부에게 물었다. "소 두 마리 가운데 어느 소의 힘이 더 낫습니까?" 그러자 농부는 황희에게 다가와 그의 귀에 바짝 대고 작은 소리로, "이 소가 훨씬 더 힘이 셉니다." 이에 황희는 "내 귀에 대고 조용히 말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니 "소가 비록 짐승이긴 해도 마음은 사람과 같아 다 듣습니다. 이 소가 더 낫다고 하면 다른 소가 듣게 되니 어찌 불평하는 마음이 없겠습니까." 이 말에 황희는 큰 감명을 받았다. 하물며 짐승에게도 마음이 있고 듣는 귀가 있고 또 이를 알아 주의를 기울여 자상한 마음을 쓰는 농부를 보고 느낀 바가 많았다.
이후 그는 정승(政丞)의 벼슬에 오른 뒤에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펴 함부로 말하지 않는 지혜를 갖추게 되고 신중히 처신했다. 보통은 입을 열면 남의 흉이나 허물을 얘기하는 것이 태반이거나 아니면 자신 자랑이나 자기 얘기만 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특히 삼재(三災)에 들게 되거나 삼재 중에 있는 사람들은 각별히 설화에 조심을 해야 된다. 이는 참외밭에서는 신발끈을 매서는 안되며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쓰지 않아야 공연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있는 원리와 통한다. 2021년은 소띠 뱀띠 닭띠가 날삼재에 든다. 올해도 벌써 반 년을 넘겼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울 수 있겠다. 그러나 워낙 뒷발질이 더 무서운 법 최소 동지 때까지 만이라도 자중하는 마음으로 말을 더 조심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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