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아시아의 보르도 와인 사랑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아시아가 사랑하는 와인은 변함이 없다. 프랑스, 그것도 보르도다. 아시아라고 통칭하지만 구매력을 감안하면 중국인들의 보르도 사랑이 유별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런던 국제 와인거래소(Liv-ex·리벡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와인 1, 2위는 각각 '샤또 라피트 로칠드', '샤또 무똥 로칠드'다. 올해만 그런게 아니다. 1, 2위는 지난 십 년간 변하지 않았다.
아시아 시장에서 와인 판매는 수량으로 보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 줄었다. 반면 금액 기준으로 보면 4% 늘었다. 양보단 질, 더 비싼 와인을 마신 셈이다.
금액 기준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와인 10위까지는 모두 프랑스 와인이 선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신대륙 등 다양한 고급 와인에 대한 수요가 늘었지만 여전히 아시아에서 좋은 와인의 절대 기준은 프랑스다.
샤또 라피트 로칠드, 샤또 무똥 로칠드에 이은 판매 3, 4위는 고가의 와인으로도 유명한 '로마네 꽁띠', '페트뤼스'다. 5위는 '샤또 마고', 6위는 샤또 무똥 로칠드의 세컨 와인인 '르 쁘띠 무똥 드 무똥 로칠드', 7위는 '샤또 라뚜르', 8위는 '샤또 오브리옹', 9위는 샤또 라피트 로칠드의 세컨 와인인 '카로드 드 라피트', 10위는 '샤또 파비'가 이름을 올렸다.
1998, 2006, 2008, 2018년. 많이 팔린 와인들의 빈티지를 보면 아시아 와인 시장에서 중국인의 영향력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10~20년 장기 숙성이 가능한 고급 와인인 만큼 올해 마시기 좋을 시기가 됐지만 그보단 와인 선택의 기준이 숫자 '6, 8'에 있었단 얘기다.
중국에서 8은 '돈을 번다'는 뜻의 글자와 발음이 비슷해 가장 좋아하는 숫자로 꼽힌다. 숫자 6 역시 '순조롭다'는 글자와 발음이 닮아 8보다는 아니지만 중국인들이 선호한다.
콧대높은 프랑스의 1등급 샤또들도 중국인의 이런 취향을 십분 활용했다.
샤또 무똥 로칠드는 해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에게 레이블 디자인을 맡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8년 빈티지의 레이블 디자인은 중국 화가 쉬 레이가 했다. 1등급 그랑크뤼 와인의 상징인 숫양이 섬세하게 묘사된 바위 위에 올라서서 갈라져 있는 좌우 양쪽의 반구를 연결하고 있다. 샤또 무똥 로칠드를 지구상에서 사람과 문화를 연결하는 와인으로 표현했다.
샤또 무똥 로칠드는 2018년 빈티지 역시 중국 현대예술가인 쉬 빙이 맡았다. 레이블은 얼핏 보면 한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영문 알파벳을 한자처럼 쓴 일종의 켈리그라피다. 라틴 알파벳으로 '무통'과 '로칠드'라는 단어를 표현했다.
참고로 한국 예술가 가운데서는 지난 2013년에 이우환 작가가 샤또 무똥 로칠드의 레이블을 디자인했다.
샤또 라프트 로칠드 역시 2008년 빈티지를 위해 고심했고, 와인병 상단에 숫자 8을 한자로 새겨넣었다. 그것도 중국이 가장 좋아하는 붉은 색으로 말이다.
거래량으로 보면 이탈리아와 미국의 와인들도 이름을 올렸다. 이탈리아 와인으로는 '콜도르치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프루두토리 델 바르바레스코', 미국 와인으로는 '오퍼스 원'이 많이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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