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예술가들이 예술 활동을 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난관은 낮은 수입에 따른 생활의 어려움이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제 한 몸 거두지 못할 만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프리랜서라는 활동 형태로 인해 일반 금융서비스로의 접근이 쉽지 않으며, 주거 불안은 자유로운 예술 활동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예술인들이 겪는 민생고는 미적 신념을 무너뜨리고 심적 붕괴를 가져온다. 예술의 자율성을 포기한 채 부유층의 취미와 기호에 읍소하는 양태에 젖게 될뿐더러 가장 치명적 권력인 자본주의에 무릎 꿇음으로써 예술의 장식성·허위성을 찬양하고 만다. 국내에서 실력 있다는 예술인들이 점차 예술계를 떠나거나 작업 내용이 변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나라엔 예술가들의 생존과 예술 활동의 지속성에 도움을 주고 권익보호를 위한 기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로 예술인 복지에 대한 체계적·종합적 지원을 목적으로 지난 2012년 설립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다. 예술인복지법을 뿌리로 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재단은 건강한 예술 환경 조성 차원에서 '예술인생활안정자금(융자) 사업'을 비롯한 '창작준비금지원 사업'을 시행하는 등 예술가들의 경제적·직업적 어려움 개선에 일익을 담당해 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피해 예술인을 위한 특별융자를 운영해 경제적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예술가들에게 단비와 같은 역할을 했으며, 전국의 12개 지역재단과 협력한 '예술인파견지원 사업-예술로(路)' 등의 프로젝트로 전공 관련 일자리 창출, 대민 교류, 예술의 사회적 기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재단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예술인의 직업적 특수성을 반영한 기준을 새롭게 적용한 금융지원방안과 사회보장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행정과 예술의 상이한 틈을 메울 인력 및 기관의 전문화도 꾀하는 중이다. 특히 예술인들의 사회적 위상과 정체성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계획만큼 쉬운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예술인의 직업적 특성을 반영한 기준을 새롭게 적용하려면 '특수성'에 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하지만, 당장 기획재정부나 행정안전부를 설득시키는 것부터 녹록지 않다. 시행 중인 예술활동증명, 예술인 사회보험료 지원, 예술인 고용보험, 예술인패스 등에서도 개선점이 없는 건 아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체력이 점차 고갈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갈수록 늘어나는 예산과 상당한 양의 업무 대비 재단 상근 인원이라야 고작 40여명을 웃돈다. 100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예술인을 살피기엔 터무니없이 적은 수이기도 하지만 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 일부 지방자치단체 광역문화재단과 비교해도 최대 1/5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야말로 '복지'가 필요하다는 '웃픈'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예술계 및 관계 기관 내부의 논의나 제도정비·인원 충원만으론 예술가들이 부르주아 품에서의 성장에 거리를 둔 미적 태도를 유지하기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동시대 담론과 예술 향유를 제공하는 예술가들에 대한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이는 예술가들의 생존과 예술의 가치 확산에 있어 우선돼야 할 과제다.
물론 이 과제를 풀기 위해 정부와 예술계는 예술이란 공공의 삶과 긴밀히 연관돼 있으며 예술가들의 미학적 성취와 실험의 성과는 결국 사회로 돌아온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심어줘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것이 미적 민주화를 넘어 삶의 민주화를 앞당기는 것임을 설명해야 한다.
■ 홍경한(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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