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국정감사기간이 되면 국회의원실에서 제공된 자료들이 넘쳐난다. 화려하게 언론에 주목받는 '국감스타'도 탄생하는데 올해 국방부 국정감사는 다들 젯밥에 온통 관심이 갔는지, 유독 맥이 없어 보인다.
5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방부 국정감사는 '대장동 피켓'으로 인해 시작부터 파행됐다. 유력 대선 후보가 관련돼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이 특검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나왔고, 이에 피켓을 치우라고 요구한 여당 의원들이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국정 감사장을 '보이콧'해버린 것이다.
여당 입장에서는 국방과 관련이 없는 정치적 주제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보이콧 이유 중 하나인 '군의 정치적 중립의무'는 설득력이 약하다. 이는 현역 군인에 한정된 이야기일뿐이다. 아울러 야당이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산적한 국방관련 문제를 진단해야 할 장소에 대선국면과 연계된 내용을 끌어오는 것도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이날 국방부 국정감사가 파행되기 전까지 언론들은 국회 국방위 소속 여·야 의원실로부터 받은 자료들로 기사를 쏟아냈다. '적은 업무량에도 많은 수당을 챙기는 군법무 장교', '식칼과 개구리가 나온 군 급식 김치'등 자극적인 내용들이다. 분명 불공정하고 개선돼야 할 문제들이다. 그렇지만 군 당국이 이러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근본적인 도움을 주는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느 국정감사도 비슷한 모습이겠지만, 유독 국방부를 비롯한 군 당국의 국정감사는'군번줄을 착용했느냐', '군기가 왜 그런가'식의 군기잡기나 '정부의 입장과 반대되는 답변'을 요구하는 면박주기였다. 야전의 장병들이 바라는 개선사항과 강군을 만들기 위한 제언보다 정치인들의 인기관리와 정권확보가 우선인 국정감사였다.
징병제 국가, 핵과 미사일을 보유한 북한, 중국과 일본이라는 불편한 이웃국가에 둘러쌓인 한국의 안보여건상 국방 관련 국정 감사장은 스포트 라이트가 켜져 있는 화려한 링이었을지도 모른다.
여·야 구분없이 무자비하게 날리는 펀치에, 권위와 체면에 죽고사는 군인들이 편할 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시민의 손에 뽑힌 국회의원들에게 주먹을 날릴 수도 없다. 라운드의 종이 울리면 경기가 끝난다는 것을 아는 군인들은 요령 좋게 맞거나 피한다. 맺집과 요령만 생기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 소나기처럼 잠시 피하면 그만인 '의무방어전'이기 때문이다.
육군이 김용우 전 육군참모총장 때부터 추진해 오던 '워리어플랫폼'은 최근 들어 의혹과 불만의 농축액기스가 되어가고 있다. 성능, 내구성, 방호력 모두 장병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힘든 상황인 데다 이런 불만사항을 가감없이 전달할 소통창구도 없다. 일부 품목의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이나, 기존 1형 방탄복처럼 설계개선 없이 워리어플랫폼으로 확대 보급하는 문제는 제대로 규명되지도 못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여야 일부 의원들은 '워리어플랫폼 사업의 진척이 늦어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육군이 워리어플랫폼 사업을 추진하면서 검증된 제품을 구매·조달하지 못하는 이유를 듣고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게 국회의원들의 옳은 모습 아닐까. 시간이 흘러 워리어플랫폼의 결함으로 소중한 장병들이 죽거나 부상을 입게됐을 때, 호통만 치는 나랏님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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