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발에 오줌누기'라는 우리말 속담이 있다.
겨울에 언 발을 녹이기위해 오줌을 눠봤자 효력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이를 좀더 해석해보면 임시변통은 되겠지만 그 효력이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엔 사태가 더 나빠질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달 27일부터 지급을 시작하는 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이 '언 발에 오줌누기'가 될 수 있다.
손실보상이 현실화되기까지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선 제도 설계와 시행을 놓고 말이 참 많았다.
첨예한 대립끝에 사상 첫 코로나 손실보상금은 지난 7월7일부터 9월30일 사이에 입은 손실분에 한해서만 우선 지급한다. 금액은 최소 10만원에서 최고 1억원 사이다. 해당 기간 방역조치에 따라 집합금지 또는 영업시간 제한을 받은 업종들이 손실보상금을 받는다. 여기엔 식당, 노래방, 목욕탕, 학원, 실내체육시설, 독서실, 오락실 뿐만 아니라 백화점, 마트, 유흥주점, 단란주점 등이 두루 포함된다. 7월7일부터 8월8일까지 한 달간 영업시간 제한 대상에 포함된 미장원, 이발소 등도 정해진 기준에 따라 손실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사상 첫 손실보상의 윤곽이 드러나고 접수가 임박했지만 정부가 내세운 '최고 1억원'에 가까운 손실보상금을 받으리란 기대를 하는 소기업, 소상공인들은 거의 없다.
소문만 무성했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자금' 등의 이름으로 소상공인에게 지급한 총 네 차례의 지원금만으로도 '정부의 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단하기 쉽진 않지만 정부 방역조치에 충실히 따른 대가로 오히려 최소 금액에 가깝거나, 받아야 수백만원 수준의 보상금을 손에 쥐는 이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사장님들의 넋두리 공간이 된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선 손실보상을 지급도 하기 전부터 "생색을 다 내놓고 쥐꼬리만큼 줄 것 같네요", "현 정부의 배려심 없는 태도와 의지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죠"라며 자조섞인 글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정부와 여당은 손실보상 설계 과정에서 '소급적용 불가 방침'을 철저하게 내세웠다. 나라 살림을 맡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손실보상 소급적용에 "동의할 수 없다"고 수 차례 내뱉었다.
피상적인 이유는 지난해부터 다른 형태로 수 차례 지원금을 줬다는 것이지만, 속내는 과거 손실액에 대해 산정하기 쉽지 않은데다 나눠줄 돈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예산으론 1조263억원, 내년 관련 예산으로 1조8000억원을 각각 책정했다.
그런데 돈이 없다던 정부가 최근엔 '세금이 예상보다 더 걷힐 것'이라고 밝혔다. (돈 때문에)소급적용을 못하겠다던 경제부총리는 추계를 잘못한 것에 대해 사과도 했다. 돈이 없어 더 못주겠다던 정부의 입장이 궁색하게 됐다.
갑자기 날씨가 싸늘해졌다.
손실보상을 놓고 정부와 여당이 갈팡질팡한 사이 소상공인들의 언 발은 찔끔찔끔 뿌린 오줌으로 녹기는 커녕 오히려 얼음이 더 두꺼워질 위기다. 언 발은 동상이 걸리고 결국 도려내야한다. 정부가 이같은 전철을 더이상 밟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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