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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홍경한의 시시일각] '이건희 컬렉션'과 국회의원

국민들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이건희 컬렉션'을 보고 싶어도 쉽지 않다. 몇 달을 기다려도 예약이 되지 않아 포기하는 상황이다. 시간당 인원제한에 걸리기 때문이다. 관람인원기준이 완화된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방역체계가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전환된 첫날인 1일부터 회차별 관람인원을 30명에서 60명으로 변경했어도 예약 성공률은 극히 낮다.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예외다. 매번 1분 만에 2주치 예매가 끝나버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지만 그건 절차를 준수하는 국민들에게만 해당된다. 국회의원들은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들의 스페셜 의전에다 다과까지 곁들인 대접까지 받으며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다. 물론 예약 따윈 안 해도 되고 방역 수칙조차 지키지 않아도 그만이다. 관람 인원 제한도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달 7일, SBS는 '이건희 컬렉션 관람만 50분…국정감사 맞나'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폐관 시간 이후 국회의원 40여명이 국정감사를 이유로 '이건희 컬렉션'을 단체로 관람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정말 국감인지 아니면 관람인지를 물었는데 결론은 후자였다. 그것도 권력에만 주어진 특혜성 관람이었다.

 

총 4분여짜리 리포트엔 권력과 특혜의 함수가 구석구석 녹아 있다. 일례로 국립현대미술관은 업무 종료 후 문을 열고 기다렸다. 직원들은 국회의원들을 실은 관광버스가 도착하자 도열해 맞이하며 인사했고, 곧이어 고개 숙인 자와 뒷짐 진 자가 화면에 등장했다. 방송 시작부터 권력이 사람을 지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당시만 해도 시간당 30명만 입장할 수 있는 전시장에 40여명이 들어찼다. 엄연히 감염병예방법 위반이지만 이 또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는 국회의원들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모이지 말아야 하는 것도 국민이고 방역수칙을 지켜야 하는 것도 오로지 국민이며, 법의 적용도 힘없는 국민에 한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인원 통제 역시 평범한 국민들에게만 유효하다.

 

의원들의 전시 관람이 시작되자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직접 나와 도슨트를 자처한다. 작품을 돈으로 계산하는 모습에도 보기 드물게 그들 특유의 호통과 말 끊기, 윽박지름이 없다. 공간에 걸린 작품을 다 팔면 서울관 두세 채 지을 수 있다며 객쩍게 웃어도 그 잘하던 국회모독이니 태도가 어쩌니 하는 협박은 없다. 허긴, 예술에 대해 뭘 알아야 문제의식을 갖지, 국정감사를 패키지 관광 정도로 여긴 그들의 입장에선 그저 고개를 주억거리는 게 전부일 수밖에 없음이 수긍은 된다.

 

"의원들끼리만 따로 현장 시찰을 하는 게 국민감정상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한 의원은 그래서 '비공개'로 했다고 답했다. 이는 특별한 대우자체가 특혜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니 나올 수 있는 발언이다. 특권의식이 몸에 밴 초현실적 집단의 구성원이기에 가능한 뻔뻔함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제가 파탄 나고 자살하는 사람이 수두룩한 현실에서 국정감사를 구실로 밤늦은 시간 그림 보겠다며 떼로 몰려가 법까지 위반하며 온갖 특혜(호사)를 누리는 국회의원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모처럼 손잡고 하나 된 여야의원들의 훈훈한(?) 사례로 봐야 하나. 결국 우리가 잘 뽑는 수밖에 없다.

 

방송은 90분 일정 중 관람만 50분, 나머지 40분은 환담회를 가졌다고 전했다. 마스크를 벗은 채 우리의 피 같은 세금으로 제공된 음식을 야금야금 씹으며 그들만의 즐거운 밤을 보내는 동안, 그리고 그들이 그림을 보며 희희낙락하는 그 시간 자영업자들은 아무도 오지 않는 가게를 닫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국민들도 이를 악문 채 비극적인 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 홍경한(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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