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외부 인사로 롯데쇼핑 임원 선임
롯데쇼핑 수장 된 김상현 전 P&G 부사장
수평적·파격적 조직문화 갖춘 외국계서 경력 쌓고
가는 곳 마다 매출 기록 갈아치운 인물
조직문화 혁신, 이커머스 사업에 먼저 칼 들 것으로 보여
김상현 전 미국 P&G 부사장이 롯데의 오랜 '순혈주의'를 깨고 유통가의 수장으로 선임됐다. 온라인·오프라인 가리지 않는 유통가 전쟁 속에서 기수를 빼앗긴 롯데가 다시 '유통명가'의 자존심을 찾을지 김 전 부사장의 행보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 25일 계열사별 이사회를 열고 2022년도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김상현 전 미국 P&G 부사장이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부회장으로, 정준호 롯데GFR 대표가 롯데백화점 대표로, 안세진 놀부 대표가 호텔 총괄 대표이사로 지목됐다.
김 부회장의 임기는 내년도 2월1일부터 시작한다. 롯데쇼핑은 내년 1월에서 2월 중 김 부회장을 새 대표이사로 확정하는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대표이사 취임에는 상법상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 공백기 동안은 자진사퇴 후 1일부터 고문으로 물러나는 강희태 유통BU장(부회장)이 대행으로 일할 예정이다.
이번 김 부회장의 선임은 코로나19 사태가 닥치며 온라인 유통 채널이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급작스럽게 압도해 롯데가 소위 위기에 처했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롯데쇼핑은 올해 1~3분기 연달아 신세계보다 못한 실적을 냈다. 여기에 과거 시장을 선도하던 백화점사업 마저 현대백화점이 2월 여의도 더현대서울을 개장하고 폭발적인 관심을 끌면서 유통사업군 전반에 걸쳐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안팎으로 쏟아졌다. 특히 거대조직에 따라오는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비판이 컸다.
업계 관계자들은 김 부회장이 취임 후 롯 먼저 롯데쇼핑 내 기업문화에 대한 부분을 손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번 인사에 앞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핵심인재 확보'를 주문하고 개방성과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을 갖춘 조직을 만들 것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래되고 큰 조직인만큼, 조직 내 문화가 수직적이어서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경직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신 회장은 올 들어 2차례 열린 사장단 회의(VCM)에서 조직문화 혁신에 대해 연거푸 강조했다. 조직 개편 또한 기존 BU체제를 HQ체제로 바꾸는 데에 신 회장의 의중이 컸다는 전언이다. 앞선 신 회장의 행보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외국에서 오랜 시간 경력을 쌓은 김 부회장이 영입된 것은 다른 것보다도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것으로 본다. 신 회장은 김 부회장 영입을 위해 직접 공들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김 부회장이 경력을 쌓은 P&G는 인재 활용이 독특한 곳으로 유명하다. 신입사원을 글로벌 리더로 만든다는 원칙 아래 직급과 관계없이 브랜드 마케팅 전 과정의 지휘봉을 주고 신입 사원은 출근 첫날 프로젝터 리더로 임명돼 업무를 시작한다. 김 부회장은 1986년에 P&G 평사원으로 입사해 지난 2014년 P&G 본사 신규시장 부문 부사장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면서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조직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다.
조직문화 만큼이나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곳으로는 e커머스 사업부의 롯데온으로 점친다. 코로나19 사태로 가속화하긴 했으나 주요 쇼핑채널이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변하는 시류는 꾸준히 있었다. 실제로 이번 3분기에 경쟁사인 신세계와 롯데쇼핑의 명암을 가른 곳은 이커머스 사업이었다.
SSG닷컴은 반(半) 오픈마켓으로 오프라인 채널과 융화해 시너지 효과를 내며 성과를 거뒀다. 롯데온은 완전 오픈마켓으로 자사 오프라인 채널 보호보다는 규모 성장에 치중했다. 이 탓에 롯데온은 롯데가 보유한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등 유용한 오프라인 채널을 활용하지 못한 채 오히려 '제 살 깎아먹기'를 하고, 치열한 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한 '차별화'마저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들 중 가장 보수적인 축에 속하는 만큼, 롯데쇼핑은 변화에 느린 대신 안정성이 있다는 평가였지만 지금은 전혀 아닌 상황"이라며 "안정을 추구하다가는 도태될 수 있다는 절박함이 결국 김 부회장의 선임으로 나타났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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