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철이다. 기업마다 새해를 앞두고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환호와 한숨이 오간다. 승진자와 자리를 내줘야 하는 사람 간 희비가 교차한다. 각 기업에선 임원승진을 '별을 단다'고 표현한다. 그만큼 확률이 적다. 별을 다는 것은 그동안의 노력과 능력에 대한 결과다. 회사에 많은 것을 보여주고, 희생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상징적이다. 승진은 축하받을 일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한다. 올라 갈 때 못 본 그 꽃, 내려올 때 볼 수 있음을. 후임에게 자리를 비워주고 떠나야 하는 사람은 회한과 아쉬움이 배어난다. 마치 냉정이 열정을 밀어낸 것 같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은 별을 달고 일했다는 자존감으로 쿨하게 떠난다. 여전히 몸담았던 조직에 대한 애정을 간직한 채 몸을 낮춘다. '인생 2막'을 준비하면서.
#. 최근 삼성전자가 인사 혁신안을 내놨다. 롯데그룹은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은 연공서열을 없애고 조직을 보다 수평적으로 만들기 위한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실리콘밸리식의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이 목표라고 한다. 나이와 직급에 상관없이 능력있는 인재를 우대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30대 임원과 40대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하겠다는 포석이다. 지나친 경쟁을 피하기 위해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를 도입한 것도 눈길을 끈다. 물론 능력이 남다른 고성과자의 동기부여를 위해 최상위 평가는 기존과 동일하게 10% 이내로 운영한다. 호칭도 '님' 혹은 '프로님'으로 통일하고, 상호 존댓말을 쓰기로 했다. 롯데도 최근 외부 경쟁사 출신 인재를 요직에 앉히는 등 순혈주의를 깬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롯데그룹 내부 직원들이 술렁였다. 지금까지 이런 롯데는 없었다. 롯데쇼핑 대표에 김상현 전 홈플러스 부회장을 영입했고, 호텔롯데 대표에는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롯데 측의 설명은 이렇다. "경쟁사의 전략까지 벤치마킹해 추격자 입장에서 새로운 유통환경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이라고. 절박함이 묻어난다.
#. 각 기업의 인사가 혁신과 파격으로 흐르는 이유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 글로벌 경영 환경 탓이다. 변화의 기로에 선 것은 분명하다.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현재가 불안하고, 두렵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라앉는 배가 되기보다는 노를 젓다가 침몰하는 편이 낫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삼성과 롯데의 인사 실험에 대해 시장에선 기대반 우려반이다. 삼성의 경우 혁신안을 통해 MZ세대들이 맘껏 능력을 펼치고 위로 올라갈 수 있게 했다. 젊음과 능력있는 사람은 모든 조직이 바라는 바다. 그러나 그 젊음도 세월이 흐른다. 눈에 띄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발휘할 수도 없다. 별을 떼고 다시 내려와서 일을 잘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젊은이들이 평생 쓸 돈을 모아 일찍 퇴직한다면 그 조직의 쇄신과 문화는 유지될까. 젊은 인재 발탁과 성과 위주의 인사가 혁신적일 수 있지만 만사는 아니다. 실리콘밸리로 가는 길이 그리 순탄할 것 같지 않다. 롯데도 마찬가지다. 외부인재를 영입한 파격이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는 능력과 자신의 경영 능력은 또 다르다. 밖에서 성공했던 경영철학과 매커니즘이 롯데에서도 실적향상으로 이어질 지는 실제 실험해봐야 한다. 순혈주의를 깨면서까지 외부인재를 영입했다가 실패하면 타격은 두 배다. 내부인사의 희망이 꺾여서다. 롯데의 파격인사가 꼭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파이낸스&마켓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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