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수신문'은 최근 '올해의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1위로 선정했다. 고양이 '묘', 쥐 '서', 함께할 '동', 있을 '처'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는 의미다. 묘서동처는 중국 당나라 역사를 기록한 '구당서'에서 처음 등장한다. 한 지방의 군인이 집에서 고양이와 쥐가 같이 지내는 모습을 보고 그 쥐와 고양이를 임금에게 바쳤고, 중앙관리들은 '복이 들어온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한 관리는 '도둑을 잡는 자가 도둑과 한통속이 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서 "제 본성을 잃은 것"이라고 바른 소리를 했다고 한다. 묘서동처를 추천한 교수는 "입법, 사법, 행정의 잣대가 불공정하다는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며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 데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고 했다. 'LH사태'나 '대장동 개발 의혹' 등이 터진 대한민국의 한 해를 뒤돌아 보게 한다. 기득권을 가진 권력자들이 그들만의 리그에서 한통속이 되었던 장면이 스친다. 고양이(관리·官吏)와 쥐(도둑)가 사이 좋게 지내는 그림이라니.
#. 올해의 사자성어 2위에 오른 인곤마핍(人困馬乏).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뜻이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기나긴 피난길을 떠나던 중 '날마다 도망치다 보니 사람이나, 말이나 기진맥진했다'고 언급하는 대목에서 따왔다. 인곤마핍을 추천한 교수는 "코로나19를 피해 다니느라 온 국민도, 나라도 피곤한 한 해였다"고 했다. 2년째 '흩어져야 사는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뭉쳐야 산다'는 말은 온데간데 없다. 위드코로나 이후 하루 확진 환자가 7000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가족이 있는 병원, 요양원도 찾아가기 힘들다. 병상이 부족해 집에서, 길 위에서 임종하는 일도 있다. 바이러스의 습격이 바꿔 놓은 안타까운 풍경이다.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정책자금을 쏟아 붓는 데도 한계가 있다. 곧 사라질 것이란 '희망고문'만 이어진다. 끝을 모르는 상황이 더 두렵다. 모두 지쳐 있다. 획기적인 신약이 나와야 한다.
#. 자기 이익을 위해 개처럼 다투는 것을 뜻하는 '이전투구(泥田鬪狗)'는 올해의 사자성어 3위에 꼽혔다. 이전투구의 유래는 조선 태조때다. 태조가 즉위 초에 정도전에게 8도(道) 사람을 평가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때 정도전은 함경도에 대해 이전투구라고 했다. 함경도 사람의 강인하고 악착스러운 성격을 말한 것이었지만 현대적 의미의 이전투구는 자신들의 이익과 명분 때문에 진흙탕의 개 처럼 싸우는 것을 비유한다. 최근 차기 대통령 선거판과 딱 어울린다. 표를 의식한 '아무말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포퓰리즘이다. 재원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일단 이겨야 한다는 조바심 때문이다. 어쩔 수 없다. 낭떠러지다. 지면 끝장이다. '오징어 게임' 처럼 한 명만 살아 남는다. 한 명만이 모두 권력을 쟁취하게 된다. 그래서 진흙탕 싸움을 멈출 수 없다. 묘서동처, 인곤마핍, 이전투구. 희망적인 사자성어를 찾아 볼 수 없는 한해였다. 관리는 제역할을 하고, 명예를 먹고 살아야 한다. 도둑과 친해져선 안된다. 코로나19에 대한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 다시 극복해야 한다. 대선 형국이다. 이전투구 대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정책과 비전대결을 고대한다. /파이낸스&마켓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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