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칼럼

[기고] 뉴노멀 시대와 음주문화

이해국 교수(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오미크론 변종과 함께 일상으로의 회복이 다시금 무산되었다. 연일 6000~7000명 전후로 발생하는 코로나19 신규 환자로 인해 우리사회는 다시 감염병 위기의 긴 터널에 진입하고 있다. 말하자면, 코로나와 함께 하는 상시 위기의 일상으로 진입하는 셈이다. 코로나19가 해소된 일상으로의 회복이 아닌, 코로나19의 위험과 공존하는 정말 우리가 상상하기를 거부하던 새로운 일상의 전형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11월 초 일주일간 시도된 '일상으로의 단계적 회복'과 그로 인해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코로나 펜데믹 이후 최대의 위기는 어쩌면 뉴노멀로 돌아가기 위해 우리 사회가 접종받아야 할 '생활의 백신'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11월 초 단계적 일상회복 개시 후 우리는 희망에 부풀었었다. 하지만 희망을 확인하기 전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소위 '보복음주'라는 정체불명의 용어로 묘사된 12시를 넘기며 이어지는 술자리와 폭증한 음주 운전건수에 대한 소식이었다. 일상으로의 회복은 누군가에겐 코로나 이전 시절의 일상적 음주로의 회복이었던 것이다.

 

일상으로의 회복은 분명, 과거로의 복귀가 아닌 뉴노멀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어야 한다. 뉴노멀은 감염병 위기에 대한 항시적 대처능력을 갖추는 것과 외상후 회복, 즉 감염병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새롭게 동원된 우리 사회 전반의 융통성, 적응력, 회복력이 발휘될 때 가능하다.

 

2년간 이어지고 있는 감염병 위기로 인해 어쩔수 없이 시작한 소위 '사회적 거리두기'는 역설적으로 그간 우리사회가 '좁혀진 사회적거리와 술자리'를 통해 재미와 기쁨을 누려오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평일 매일 밤 2차, 3차로 이어지는 회식을 즐기는 거의 세계 유일의 나라', '가족과 집보다 회사와 일과 회식을 우선시하는 일중독, 회식중독의 나라',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값싸고 독한 술을 사고 마실 수 있어 다른 여가와 재미의 자원이 필요없는 나라'인 우리사회에 사회적 거리두기는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한편, 어쩌면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렇듯 취약한 우리나라의 음주문화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가족 간 정서적 교류의 기반이 부족한 상태에서 좁혀진 가족의 거리는 가족구성원 사이의 갈등을 유발했다.

 

집과 집근처 커뮤니티에 놀거리, 즐길거리가 부족한 상태에서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개인의 고립과 홈술, 혼술이라는 새로운 음주문화를 만들어 냈다. '건강하게 집에 머물자(Healthy At Home)'라는 세계보건기구의 캠페인은 우리나라에선 '집과 집근처에서 혼자 술마시기'로 진화했다. 우리 사회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간을 취약한 음주문화에 대한 성찰의 시간으로 만들기는 커녕, 주류업계의 공격적 마케팅과 함께 보복음주를 위한 집단적 음주갈망 축적의 시간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런 상황과 우려속에서 지난 11월 출범한 서울시 중랑구의 '노마드(NoMAD, No More Alcohol to the Drunken)사업'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신선하다. 음주운전 단속강화, 외식업소 만취예방 프로그램, 의료기관 고위험음주 개입프로그램, 학교와 지역사회 예방 프로그램 등 음주폐해감소의 효과성이 증명된 프로그램을 한 지역사회에 동시에 집중적으로 제공해서 변화를 만들어 내는 지역사회통합개입프로그램은 우리나라에선 처음 시도되는 음주폐해감소 프로그램이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식업소까지 함께 참여하는 '만취예방 프로그램'은 건전한 음주문화가 건강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모쪼록 중랑구에서 시도되는 '지역환경변화를 통한 음주폐해예방프로젝트'가 우리 사회가 건강하고 안전한 상생의 음주문화를 통해 뉴노멀시대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백신'임을 증명해주길 기대해 본다. /이해국 교수(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