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철의 쉬운 경제] 사자는 여우소리를 내지 않는다
성철스님이 쓴 "너 자신을 속이지 말라"(不欺自心)는 (복사판)휘호를 받아들고 나는 자신을 얼마나 속였는지 곰곰 생각해 봤다.
'불기자심'은 스님의 법어를 모아 엮은 책 "자기를 바로 봅시다."를 넉자로 축약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거짓말을 하다보면 자기 자신의 실체를 제대로 못 돌아보게 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제 자신조차 속이게 된다. 거짓말은 한 번하기 시작하면 또 하기 쉬운 까닭은 거짓말이 결국 자기 자신을 속인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 아닐까?
'소설 호질(虎叱)'은 허위와 위선에 빠진 이중인격자 '북곽선생'이 몹쓸 짓을 들켜 도망치다 똥통에 빠진데다 호랑이까지 만나 새벽까지 혼쭐이 나는 장면을 묘사했다. 그런데도 시치미를 떼고, 이른 아침 들판에 나온 선량한 농부들에게 "하늘을 공경하고 땅을 조심하라"고 했다. 온몸에 똥칠을 한 자신의 몰골이 어떤지 모르고 아랫사람에게 젊잖게 훈계하다 웃음거리가 되는 광경이다. 제 몸을 닦아야 남을 다스릴 수 있다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자세를 버리고 남만 헐뜯는 위선을 개탄한 우화였다.
닉슨 대통령을 실각시킨 "워터게이트 사건" 초기에 미국인들은 "미국은 대통령이 거짓말하는 나라"라며 부끄럽다는 모습을 보였었다.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거짓말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여론과 함께 수치심을 못이긴 대통령이 용기 있게 사퇴하면서 구겨진 나라 체면을 회복하고 민주주의의 저력을 보였다. 그 사건이 후진사회에서 벌어졌다면 단순한 '정무적' 사안으로 흐지부지됐을 게다. 고관대작이 거짓말을 하더라도, 큰일을 일하다보면 그러려니 하면서 그냥 넘어가는 것이 보통 아닌가?
남을 속이려들지 않아야 자신의 행동과 말이 서로 어긋날 수 있음을 알아차리고 고칠 수 있다. 허위의식에 차서, 거짓말을 하면 불특정다수에게 피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그 폐해가 자신들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은 가장의 거짓말은 한 가정을 망치고, 조직 책임자의 거짓말은 조직을 통째로 흔들리게 하고, 지도층의 거짓말은 나라를 멍들게 한다는 점이다. 거짓말의 대가가 결국에는 스스로에게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거짓말하는 저명인사들이 꼭 알아야 할 사항은 거짓말을 듣는 사람들이 나중에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거짓말은 상대방을 바보로 여기거나 곧 잊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현상이다. 그렇지만 민심이 분별력 없이 무턱대고 부화뇌동하는 비극이 오래오래 가지는 않는다. 호랑이띠 임인년 새해에는 뻔한 거짓말을 하다가 호랑이에게 물려가는 위선자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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