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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2022 신년기획] MZ세대의 지갑, 왜 열리나?

코로나19 사태로 길어진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1조 클럽 백화점 11곳…매출 세계 1위까지
명품, 내가 쓰기도 하지만 '투자상품'
'재미있어야 산다'
SNS에 올리기 위한 인증샷, 온라인 커뮤니티 챌린지
디지털네이티브 세대에게는 중요한 구매요인

'자신을 위해 거침없는 세대.' MZ세대를 수식하는 말이다. '가심비'를 중요시하는 MZ세대의 구매력은 코로나19 사태에 더 빛났다. 명품을 사기 위해 백화점 개장 전부터 줄을 서고, 과거라면 장난으로 치부할 컬래버레이션(협업)이나 이색상품에도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모두 자신을 위해서다. 정계를 포함해 금융, 유통 등 전분야가 MZ세대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지난 6월30일, 명품 브랜드 샤넬을 구입하기 위해 백화점 개점 시간 전부터 대기 중인 오픈런 족들의 모습. 샤넬은 7월부터 전제품의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MZ세대가 쓸어간 명품에 세계 1위 쟁취한 백화점…과시하려고 샀다?

 

2021년 백화점업계는 1조 클럽 11곳으로 마무리했다. 전년도 1조클럽이 5곳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배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는 백화점을 피해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신세계 강남점은 2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단일 매장 기준 글로벌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신세계에 따르면 매출을 견인한 세대는 30대가 30.5%를 차지했고, 명품을 포함한 럭셔리 브랜드 매출이 올해 30% 이상 신장했다. 여성·남성복 매출도 20~30% 신장했다. 신세계는 신세계 면세점 자리까지 매장을 확장하면 향후 3년 내 3조원대 매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갤러리아 명품관도 1990년 개관 이래 처음으로 1조 클럽을 달성했다. 갤러리아 명품관은 영업면적 대비 평(3.3㎡)당 월 매출은 1100만원 수준이다. 글로벌 톱 명품 백화점의 평균 월 매출 860만원을 크게 상회한다.

 

폭발적인 인기에 명품을 판매하는 채널도 크게 늘었다. CU는 현대백화점면세점과 협업해 CU멤버십 애플리케이션 포켓CU에서 면세품 판매 기획전을 열고 완판시켰다. 기획전을 시작한 날 오후 4시 포켓CU 접속자 수는 전주 동시간 대비 293.9% 급증했다. 발란, 트렌비, 캐치패션 등 온라인 명품 앱 기업들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머스트잇은 최근 누적 거래액 9000억원을 돌파했고, 캐치패션은 전년 대비 이용자 수가 500% 늘었다. 트렌비는 월 거래액이 40억원 이상 증가 중이다. 이들 3사에 따르면 고객 연령은 2534세대가 1순위, 3544세대가 2순위인데, 성비는 49:51 수준으로 반반이다.

 

MZ세대가 명품을 쓸어가는 데에는 역설적으로 불안정한 경제상황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MZ세대는 이른바 '중고나라' 세대로 온라인을 통해 물건을 사고 파는 데에 익숙하면서 동시에 한정상품의 '프리미엄'을 경험한 세대다. 명품은 이러한 프리미엄이 붙는 상품 중에서도 발품만 팔면 살 수 있는 유용한 상품이다. 특정 명품 브랜드가 가격 인상을 공지하면 다음날에는 어김없이 '오픈런'이 펼쳐진다. 개점 후 1시간이면 중고거래 플랫폼에 상품이 등장한다. MZ세대에게 명품은 '나를 나타낼 수 있는 것'과 동시에 불안정한 고용 상황이나 부족한 임금에 숨통을 트여줄 투자처다.

 

대한제분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와 컬래버레이션한 곰표 밀맥주. 곰표 밀맥주는 한때 카스·테라·하이네켄 등 대형제조사 제품을 누르고 CU 맥주 중 매출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SNS에 올릴 인증샷' MZ세대에게는 중요 구매요인

 

지난 2월 문을 연 여의도 더현대에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쏟아지는 방문객으로 매장마다 줄이 길게 늘어졌다. 이른바 '3대 명품'인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이 입점하지 않았지만 방문객과 매출은 여느 백화점 못지 않다. '인증샷'을 위한 MZ세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덕분이다. 매장 면적 대비 영업 면적이 51%에 불과하고 보이드 공간을 통한 실내 채광과 실제 식목을 식재한 조경 등으로 여의도 더현대는 이른바 '인생샷 건지기 좋은 곳'으로 소문났다.

 

MZ세대의 주요한 특성 중 하나는 이전 세대와 달리 온라인에서의 자신과 현실에서의 자신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손정희 한양대학교 시각디자인 연구원에 따르면 MZ세대가 다른 세대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부분은 공정, 문제해결 기준, 도전의식 등이 아니라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능숙도와 이해다. 이들은 SNS에 게시물을 게재할 때 '어떻게 보일 것인가'를 주요하게 고려한다. 단순히 온라인에 게재하는 글과 사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데서 더 나아가 여기서 얻는 관심도를 곧 자신의 가치로 여기는 경향도 있다.

 

컬래버레이션 열풍이 계속 이어진 것 또한 여기에 있다. CU가 2019년 곰표와 협업해 '곰표 팝콘'과 '곰표 나쵸'로 큰 인기를 얻은 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브랜드와 상품이 협업하는 유행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CU에 따르면 단독론칭 상품 5개를 포함해 15개 내외의 곰표 컬래버 상품의 월 평균 매출은 전년 대비 841.8%에 이른다.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곰표'를 검색하면 12월 현재 3만4803개의 결과가 나오고 '곰표맥주'는 4만6872개가 나온다. 11월 코스트코에만 출시한 '곰표 오징어튀김'도 구입 성공을 '인증'하는 글이 수백개에 이른다. 이들의 곰표 상품 구입 이유는 상품의 질이나 가격, 필요성 보다는 SNS 인증과 호기심에 있다.

 

괴식(怪食)이 트랜드가 된 것도 유사한 이유다. 인터넷 밈(Meme, 유행콘텐츠)으로 확산하면서 입소문을 얻는 괴식 상품들은 어디까지나 '재미있어서' 팔린다. 농심은 2020년 첵스 파맛에 이어 첵스 팥맛을 내놓았다. 배우 김영옥과 외국인 DJ들이 논밭과 경운기를 배경으로 랩을 하는 광고는 MZ세대가 열광하는 감성을 가져왔다.

 

팔도도 '맛있는 상품' 대신 라임향을 첨가한 '라임 왕뚜껑 라면'을 내놓았다. 지난 5월에는 우유라면을 출시하기도 했다. GS25는 파란색 커스터드 크림이 든 소다향 호빵을 선보였다. 당연히 주요 고객은 2030, MZ세대다. 괴식 상품이 등장하면 출시와 함께 유튜버들이 앞다퉈 리뷰 혹은 챌린지 영상을 게시하고 이를 본 사람들이 구매해 또 도전해보는 게 당연한 통과의례처럼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색 상품이 나오면 사람들이 맛있다, 맛없다 싸우지만 어디까지나 온라인 놀이의 일종이다"며 "특이하지 않으면, 재미있지 않으면 MZ세대의 선택을 받기 어려운데 여기에 온라인 상에서의 반응이 어떠한가도 주요한 성공 조건 중 하나가 된지 오래"라고 밝혔다.

 

지난 3월 IFC몰 스프링 페스티벌이 열린 울 영등포구 여의도 IFC몰 L3층 사우스 아트리움 봄꽃 정원에서 고객들이 '인증샷'을 찍고 있다. /뉴시스

똑똑하게 다른 세대가 미처 보지 못한 투자처를 찾고 재미있고 신기한 상품에 선뜻 지갑을 여는 MZ세대. 그러나 MZ세대를 둘러싼 설문조사나 현실은 우울하다. MZ세대는 자산 양극화를 극단적으로 겪는 중이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MZ세대(1982~1996년생)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22.9%가 2000만원 미만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반면, 5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한 이들은 이보다 많은 23.9%였다. 이 가운데 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도 16.1%나 됐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측은 MZ세대를 "직접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물론,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은 세대"라며 "평균수명이 갈수록 길어지는 데다 노후 대비가 충분치 못할 것이란 불안감이 반영된 수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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