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녀'라는 말이 있었다. 이른바 '지영이백'이라고 불리는 루이비통 가방을 들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허영심 강한 여성을 남성들이 멸시하던 말이다. 여기에 깃든 여성혐오나 남성들의 신포도 감성은 차치하고, 된장녀라는 말이 유행하던 2010년대 전후 명품의 또다른 이름은 '허영과 사치'였다.
지금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헤어날 수 없는 적자의 늪에 빠질 것처럼 보였던 백화점들은 오픈런을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선 MZ세대들 덕분에 역대급 돈잔치를 벌였다. 새해 벽두부터 롤렉스가 16% 가격인상을 한 덕에 오픈런 줄은 더 길어졌다.
길거리를 걸어도 숱한 명품들을 본다. 재래시장 앞에서도 명품 클러치를 든 남자가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뒤에 선 여자는 명품 목도리를 매고 있다. 나는 돈을 못 버는 MZ세대지만 다른 이들은 엄청나게 벌고 있나? 하는 생각이 스칠 정도다.
암울하지만 MZ세대들의 현실은 명품 오픈런과는 너무나 멀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MZ세대(1982~1996년생)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22.9%가 2000만원 미만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반면, 5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한 이들은 이보다 많은 23.9%였다. 이 가운데 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도 16.1%나 됐다.
명품 오픈런에서 MZ세대들의 서글픔이 보인다면 과장일까? MZ세대들은 이사할 필요 없는 내 집을 갖고 싶지만 오르기는 커녕 최저임금에 가까운 급여만으로는 몇백년을 숨만 쉬며 모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연히 출산은 고사하고 결혼과 연애도 포기한 상황이다. 목적없는 목돈을 만드느니 '플렉스'해서 내 손에 들어온 사치라도 즐겨보는 건 아닐까? 질리면 팔아도 된다. 돈이 되니까, 손해 보지 않을 수 있다. 명품 말고 청춘을 위로하는 건 또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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