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또 올랐다.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연 1.0%에서 연 1.25%로 높였다. 작년 8월과 11월 인상분까지 감안하면 5개월 새 0.75%포인트가 인상됐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걸로 끝이 아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1.5%로 올려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올해 적어도 한 두 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우선 물가를 잡아야 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2%를 찍은 이후 11월 3.8%, 12월 3.7%를 기록했다. 한은은 금리를 올려서 시중 자금을 빨아들여 물가를 억누르겠다는 것이다.
한은만 물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아니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지난 달 7%나 올랐다. 4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통해 물가를 잡기 위해 올해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미국은 금리를 올리는데 한국만 가만히 있으면 미국으로 자본이 유출되고 환율이 출렁거릴 수 있다. 이 때문에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가계 살림과 기업 운영에 부담이 된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불과 6개월 전 연 3%대에서 현재 5%대까지 치솟았다. 올해 1~2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돼 주택담보대출 금리 연 6% 시대는 피할 수 없게 됐다. 한은 분석대로라면 지난 1년 동안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올랐기 때문에 전체 대출 이자 규모는 전체 12조 8000억원, 1명당 이자액은 64만4000원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은행 대출 창구에선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는 줄이고 있어 이자 부담은 한은 추정치보다 훨씬 크다.
더 큰 문제는 우리 경제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인 중소기업, 소상공인이다. 정부는 코로나 19 피해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2020년 4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272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시행했다. 이 같은 조치에도 지난해 9월말 기준 자영업자 부채는 887조6000억원에 이른다. 올해 3월엔 소상공인 코로나19 대출 연장도 종료된다.
올 들어 우리나라에도 '회색 코뿔소 경고령'이 내려졌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3일 "'회색 코뿔소'로 비유되던 잠재 위험들이 하나 둘씩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우리가 직면한 '회색 코뿔소'로는 가계부채, 물가상승, 미국 연준 양적긴축, 코로나19 확산 등이 꼽힌다. '회색 코뿔소'는 코뿔소가 몸집이 커 멀리 있어도 눈에 잘 띄지만 정작 코뿔소가 달려오면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해 큰 위험에 빠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용어다.
여러 '회색 코뿔소' 중 우리에게 가장 위협적인 것은 가계부채 코뿔소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가계빚은 약 1845조원에 이른다. 이미 한국 경제 한 해 경제 규모를 뛰어 넘었고 증가 속도, 총량 부분에 있어서도 빨간 신호등이 켜진 상황이다. 문제는 가계 부채 코뿔소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이란 '화살'을 쐈더니 대출 이자 부담이라는 또 다른 코뿔소를 불러들였다는 점이다. 가계 부채 관리의 필요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는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와 은행 돈으로 어렵게 집을 장만하거나 전세를 얻은 서민들의 대출 부담 고통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현실성 있는 금융 정책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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