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고가는 세월의 분수령 속에서 언제나 새해에 거는 기대는 새롭다. 인생사가 고(苦)라 할지라도 희망이야말로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다. 삶이란 것이 워낙 불가항력적인 유형무형의 재난이나 어려움 가운데 펼쳐지기에 우리 선조들은 일 년 열두 달의 생활 가운데 마음의 힘이 될 수 있는 동력을 시시때때로 배치했다. 해의 길이가 1분이라도 길어지는 시점을 동지라 지었고 말 그대로 겨울이 끝나는 분수령이며 해의 기운이 봄을 품기 시작한다는 시점을 가리켜 '입춘'(立春)이라 명명했다.
사주학에서 감명(鑑命)의 세운이 바뀌는 시점이 입춘부터이다. 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한다. 해는 아버지요 달은 어머니라 대칭되는 자연의 기운에서 새해의 시작은 음력 1월 1일이면서도 입춘부터가 새해 정월의 기산점이 된다. 진정한 의미의 임인년에 들어서는 시점은 양력 1월 1일도 아니요, 설날인 음력 1월 1일도 아닌 입춘일 부터가 정월로 바뀐다. 우리 선조들은 설날이 아닌 입춘일에 '입춘대길 건양가경'(立春大吉 建陽家慶)이라는 입춘첩 글귀를 하얀 창호지에 정성껏 써서 집안의 대문이나 기둥에 붙였다. 입춘 "봄을 세운다"는 뜻이 된다.
봄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봄을 세운다는 의미가 자못 진중하다. 새로 시작된 한 해의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는 입춘첩을 입춘이 드는 시간에 붙이면 더욱 효과가 좋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인 자세로 밝은 봄기운을 받아들이고 경사스러운 일이 증장되기를 바라는 의지로 세우며(立) 맞이하겠다는 뜻의 발현이다. 농경이 사회의 근간 산업이었기에 다시 한 해의 양(陽)기운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적극적이었으나 입춘은 공평한 자연의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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