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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자영업자 앞으론 300 받고 뒤론 400 물어내

이정희 대기자.

설 연휴 마지막 날 고등학교 동창들과 오랜만에 저녁 자리를 가졌다.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던 중 공단 근처에서 식당을 하던 친구가 "얼마 전 30년간 해오던 식당 문을 닫았다"고 털어놓았다. "코로나 때문에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인데 월세하고 대출 이자를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었다"는 것이었다.

 

친구의 표정은 덤덤했지만 눈빛에는 절망과 지친 감정이 담겨있었다. 그 친구의 앞날이 궁금해 "앞으로 뭘 할거냐"고 물었더니 "집을 정리해서 친구가 먼저 자리잡고 있는 강원도 홍천에서 부인과 조그많게 농사나 질 작정"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친구들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겨울 바람이 더 매섭게 느껴졌다.

 

코로나 사태가 3년째 이어지면서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버틸때까지 버티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해 생업을 접는 사람들이다. 아직 가게 문을 열고 견디는 사람들도 매일 속은 까맣게 타들어갈 듯 하다. 얼마 전 부업을 하는 '투잡' 자영업자가 1년 새 20% 가까이 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가게 문을 닫으면 그동안 받은 대출 원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울며겨자 먹기로 어떻게든 버텨볼 요량으로 마지막 힘을 쥐어짜는 사람들일 것이다. 자영업자 부채는 2019년 말 624조9000억원에서 2021년 3분기 말에는 887조6000억원으로 30% 가까이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 15%의 2배 수준이다. 특히 자영업자 10명 중 1명은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렸고, 이런 다중채무자는 코로나 이전보다 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에서 자영업은 큰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4.6%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5개국 중 6번째로 높다. 한국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나라는 콜롬비아, 멕시코, 그리스, 터키, 코스타리카에 불과하다. 통상 한 나라의 소득이 높아질수록 자영업의 비중은 줄어들게 마련인데, 한국은 예외적으로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의 자영업은 도소매, 숙박, 음식 등 생활밀접 업종이 전체의 40%가 넘는다. 영세하니 뭐니 말들을 하지만 가족까지 합해 1000만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자영업은 어찌 보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들에게 300만원씩 지원키로 했지만 시장금리 급등 여파로 자영업자들이 추가로 부담할 이자부담액이 300만원을 훨씬 웃도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여당은 자영업자 1인당 300만원을 지원하겠다며 이를 위해 14조원 규모 적자 국채를 발행키로 했다. 그런데 이 유례 없는 '1월 추경' 여파로 3년물 국채 금리가 연일 상승(채권값 하락)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가계가 이용하는 대출 상품 금리를 크게 끌어 올렸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연 3%대 금리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신용대출 금리는 연 5%대까지 치솟았다. 자영업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이 2억 2800만원임을 감안하면 금리 상승으로 연간 이자 부담이 400만원 가까이 늘어나게 됐다. 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5%포인트 오르면 전체 대출자 중 18.6%가 소득의 5% 이상을 추가 이자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여당이 자영업자를 돕겠다고 앞에선 생색을 내지만 뒤로는 지원금보다 더 많은 이자를 받아내고 있는 꼴이다. 그런데도 여야 대선 후보들은 이런 모순을 아는지 모르는지 포퓰리즘적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한숨과 눈물을 정밀하게 헤아려주는 후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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