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의 개성공단 운영 전면중단 조치가 적법절차원칙, 과잉금지원칙, 신뢰보호원칙 등을 위반하지 아니하며, 개성공단 투자기업인 청구인들의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따른 조치라도 (중략) 개성공단 운영 전면중단 조치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조치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헌법재판소(헌재)가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 위헌확인'에 대해 지난달 27일 내린 결정문의 일부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박근혜 정부가 2016년 2월10일에 단행한 개성공단 전면중단이 헌법을 어겼다며 같은 해 5월9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에 대해 헌재가 5년9개월만에 '기각'과 '각하'를 결정하면서다.
헌재는 정치적 일정, 특히 정치적 판단과는 거리가 먼 독립 헌법기관이다. 하지만 6년 가까이 판단을 미뤄오다 문재인 정부 막바지에 부랴부랴 마무리짓는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지난한 시간동안 "빨리 결정해달라"며 1인 시위 등을 통해 끊임없이 호소해왔다. 그런데 시간을 그렇게 끌다 현 정부 3개월 정도를 남겨놓고 속결했다.
"재판관 전원이 개성공단 폐쇄 조치가 적법하게 이뤄졌고, 또 입주기업의 재산권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에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헌재 결정만 놓고 보면 앞으로 남북경협은 정부가 책임지지않을테니 기업이 알아서 하라는 말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 헌재 결정 이후 여러명의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토로한 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 100대 과제 중 90번째엔 '남북경협기업 피해 조속 지원과 여건 조성 시 개성공단 정상화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임기동안 개성공단 기업들에게 지원해준 금액은 고작 660억원이다. 공단 폐쇄의 장본인인 박근혜 정부가 지원한 4838억원의 약 7분의1 수준이다. 물론 두 정부가 지원한 총액은 공식 확인 피해액(7860억원)보다도 2362억원 모자른다.
현 정부가 개성공단과 관련해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절호의 찬스가 있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양, 백두산 등에서 만났을 때가 대표적이다. 당시 김 위원장이나 북측 고위관계자는 수 차례에 걸쳐 "개성공단은 열려있다"는 말로 우리쪽에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의지였다.
남과 북의 두 정상이 백두산에서 함께 손을 들고, 천지를 나란히 바라볼 때가 개성공단을 중심으로 한 남북경협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결단의 시기였다. 미국 눈치를 볼 일도 아니었다.
2018년 4월27일의 '판문점 선언'에 쓰여 있는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문구가 핵심이다.
'평화의 상징' 개성공단의 불씨는 결국 살아나지 못했다.
떠나가는 문재인 정부에 개성공단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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