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가 채 일주일도 안남았다. 이번 대선은 여러 면에서 과거 선거에선 없었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야를 떠나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두고 벌이는 경쟁이라면 국민들에게 큰 희망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절망을 안겨주는 선거가 되어서는 안돼야 함에도 이 모든 것이 부정되고 있다.
우선 이번 대선은 뚜렷한 '1강'이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치러지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를 보면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사이에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접전 양상이다. 국가의 미래를 디자인하기 위한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거대 정책도 잘 보이지 않는다. 유권자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아파트 공급 대책, 부동산 세제 개혁, 사병 월급 200만원, 기초연금 인상, 각종 수당 신설 등 즉흥적인 단발성 공약만 남발되고 있다.
국가재정 손실을 막고 세대 간 갈등을 봉합하는 연금개혁, 사회경제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복지 디자인, 갈라진 국민을 통합하기 위한 권력구조 및 선거제도 개편, 코로나와 정책실패로 최악인 서민경제 회복 등의 청사진에 관한 정책 경쟁은 등한시 한 채 막말까지 사용하며 상대 후보 흠집 내기에 혈안이다.
지지자들 또한 경쟁 후보를 향한 인신 모욕성 댓글 달기에 여념이 없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성남 판교 대장지구 개발사업의 이익금 상당액이 화천대유 등 특정업체에 돌아간 특혜 논란과 친형 고 이재선씨 및 이씨의 부인(형수)과의 전화 통화 도중 녹음된 욕설 논란, 부인 김혜경 씨의 과잉 의전과 도청 법인카드 유용 논란 등으로 난처한 입장이 됐다.
윤 후보는 무속 논란과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학력 및 경력 문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논란, 장모의 재산 관련 불법 행위 등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1, 2위 후보 간 난타전이 이어지면서 '누가 덜 나쁜지'를 가리는 최악의 선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한 명은 신뢰가 안 가고, 다른 한 명은 불안하고, 정말 누구를 찍을지 모르겠다"라는 한숨들이 나오고 있다.
이번 20대 대선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2년이 넘어가면서 연일 확진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치러진다.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한계치를 넘어섰다. 치솟는 물가는 서민들의 삶을 힘들게 하고 있다. 폭등한 부동산 가격으로 세대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취업난 앞에 좌절하는 청년들은 아우성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경제의 지각 변동이 커진 것은 물론 우리 경제도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게 됐다. 가뜩이나 원자재 공급 차질로 전 세계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불 속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물가 급등, 무역수지 적자 확대, 금융시장 불안에 상당한 변수가 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은 새해 들어 1월에만 일곱 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한 후 잠시 조용하더니 동계 올림픽 폐막 일주일 만인 지난 달 27일 새벽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다시 일으켰다. 수출로 연명하는 우리에게는 큰 위기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지칠 대로 지친 국민을 일으켜 세워 힘과 용기를 북돋워야 할 리더십이 절실할 때다. 미국 시인 겸 철학자인 랠프 월도 에머슨은 "정치에 참가하는 것을 거부하는 현명한 사람들이 받게 되는 형벌은 사악한 사람들의 통치하에서 생활해야만 한다는 것"이란 말을 했다. 아마도 최적의 후보가 없으면 차선이라도 선택하라는 의미에서 강조한 경고문일 것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자신의 선택에 자신과 대한민국의 인생이 걸려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돼새겨야 할 시점이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