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 웨스트에그의 대저택에서 사치스럽고 방탕한 파티가 한창이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재즈곡 연주와 함께 불꽃놀이가 시작된다. 불꽃들이 절정의 장면을 연출한 순간 멋지게 차려입은 신사가 등장한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주인공 개츠비를 연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샴페인이 찰랑찰랑한 쿠페잔을 앞으로 내밀며 미소를 짓는다. 누군가를 위한 축하나 건배를 표현하고 싶을 때 SNS에서 밈(meme·짤)으로 많이 봤던 바로 그 장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한 샴페인 기업의 주요 주주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 장면이 떠올랐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서는 영화 '타이타닉'에서 연기했던 잭 도슨이 샴페인 한 잔을 들고 '매일을 소중하게 만들기 위해'라며 건배했던 장면도.
또 하나의 '셀럽(유명인을 뜻하는 셀러브리티의 준말)' 와인이 나오게 됐다. 유명인사들이 와이너리를 사들이거나 와인생산에 참여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이번엔 의도가 다소 달랐다.
디카프리오가 지분을 인수한 곳은 프랑스의 샴페인 하우스 텔몽이다. 환경 운동가로 유명한 그답게 투자하면서 다른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친환경' 와인 생산을 언급했다.
텔몽은 이전에도 과대 포장에 따른 환경 파괴를 줄이기 위해 선물 상자를 금지하는 등의 시도를 해왔다. 이번 디카프리오의 투자를 바탕으로는 오는 2025년까지 전체 포도밭을 100% 유기농으로 전환키로 했다.
그는 텔몽 이사회에 합류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텔몽은 땅의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는 것에서부터 100% 재생 가능한 전기를 사용하는 것까지 환경에 대한 영향을 근본적으로 낮추기로 했다"며 "투자자가 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와인업계에 친환경, 유기농 바람이 분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와인 좀 안다는 사람이면 단번에 눈치챌 수도 있다. 샴페인이 세계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와인 생산지이자 거의 매해 기후가 좋지 않다는 조건을 고려하면 제초제나 살충제, 화학 비료를 쓰지 않겠다는 텔몽의 목표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 지. 지금까지 샴페인 포도밭 가운데 유기농 인증을 받은 곳은 4%도 채 되지 않는다.
대표 셀럽 와인으로 꼽혔던 샤또 미라발 역시 다른 방식으로 유명세를 탔다.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결혼식을 올렸던 와이너리가 이번엔 소송전에 휘말렸다.
피트는 지난달 샤또 미라발 지분을 매각한 졸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피트와 졸리가 프랑스 남부의 샤또 미라발을 사들인 것은 지난 2008년이다. 매입 자금 규모는 2840만 달러(한화 약 340억원). 피트가 포도밭 매입을 주도하며 투자금의 60%를 냈고, 졸리가 40%를 부담했다.
피트의 대규모 투자로 현재 샤또 미라발은 세계 최고의 로제 와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현재 가치는 1억6400만 달러(한화 약 1960억원)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와이너리를 둘러싼 잡음에도 샤토 미라발 로제의 2021년 빈티지는 이전과 다름없이 출시됐다.
한 수입업자는 2021년 빈티지에 대해 "신선한 포도와 레몬 향, 미네랄 느낌과 함께 미라발의 시그니처인 장미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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