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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40>"와인 맡기면 돈 빌려드려요"…1200억 와인 폰지사기

안상미 기자

미국을 대표하는 컬트와인 '스크리밍 이글'. 한 병당 와이너리 출고가는 3000~4000달러 안팎이지만 이게 대기자가 워낙 많다보니 매년 가격이 뛰는 것은 물론이요, 부르는게 값이 될 경우가 많다. 그래도 보수적으로 한 병의 시장가치를 500만원이라고 치고, 20병이면 1억원이다.

 

가능한 대출 한도는 시장가치의 35%라니 3500만원. 담보가 있어도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출이니 이자는 10% 이상. 채무불이행에 따른 위험은 사실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담보로 보관해 놓은 20병 가운데 몇 병만 팔아도 충분히 변제되고도 남는다. 다시 말하지만 이 와인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이 수백명, 아니 전 세계에 수천명이 넘는다. 스크리밍 이글의 초기 빈티지는 경매에서 억대로 거래가 되기도 했다. 와인을 맡겨놓고 대출을 갚지않으면 채무자만 손해다.

 

당신이 여기까지 설명을 들었다고 치자. 이 와인 담보 대출 기업에 투자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지금까지 와인 관련 사기라면 가짜 와인이 문제였다. 미국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 소장했다는 소위 '제퍼슨 와인'을 만들어내 거부들에게 판매한 하디 로든스탁 사건과 저가 부르고뉴 와인을 사들여 로마네 콩티로 팔아먹은 루디 쿠니아완 사건 등 등 굵직굵직한 와인 사기는 모두 그랬다.

 

이번엔 가짜 위조 와인이 아니라 1억 달러(한화 약 1200억원)에 달하는 와인 폰지사기다. 와인이 돈이 되는 시대가 되자 와인사기도 진화한 셈이다.

 

보르도 셀러의 스티븐 버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19년 영국의 한 호텔서 체포될 당시 위조 여권과 금괴, 현금 뭉치를 가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2020년 감옥에서 풀려났으며, 현재는 행방은 묘연하다./와인스펙테이터

보르도 셀라스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븐 버튼과 최고재무책임자(CFO) 제임스 웰즐리가 금융사기와 자금세탁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들은 보르도 셀라스가 중개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간 대출에 약 9940만 달러 이상을 투자토록 유도했다.

 

브론 피스 뉴욕 동부 지방 검사는 "피고인들은 투자자들에게 좋은 와인을 담보로 투자 기회를 제공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기만적인 계획"이라며 "소유하고 있다는 고급와인은 없었으며, 투자자들에게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해오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미 두 사람은 작년 영국 런던 고등법원에서 피해자들에게 5600만 파운드(한화 약 900억원)를 배상하라는 명령은 받은 바 있다.

 

버튼과 웰즐리가 보르도 셀라스로 투자자 모집에 나선 것은 지난 2015년 전후다. 대출 대상은 고급 와인을 가진 부유층이지만 당장 현금조달이 아쉬운 사람들이다. 와인만 가져오면 조건없이 와인 시장가격의 35%까지 돈을 빌려주고, 10%가 넘는 이자를 받는다. 고급와인은 보르도 셀라스 명의의 와인 보관 창고로 옮겨지고, 투자자들은 이자나 와인 판매로 발생한 수익을 분기별로 나눠 가진다.

 

버튼은 2015년 칸쿤에서 열린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채무불이행 우려에 대해 "와인 시장가격의 35%만 대출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좋은 와인은 매우 빠르게 바로 팔린다"고 자신있게 답했다.

 

웰즐리 역시 2017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가장 많은 고객들은 현재 현금이 부족한 부동산 개발업자"라며 "우리는 투자 등급 와인에 대해서만 대출해주며, 주로 프랑스 와인과 스크리밍 이글과 같은 고급 미국 와인을 취급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몰렸다. 제로 금리 시대에 다른 수수료 없이 10% 넘는 수익을 주겠다는 약속은 너무나 매력적이었지만 알고보니 초기 투자자에 대한 수익금은 후기 투자금으로 돌려막는 전형적인 폰지사기였다.

 

버튼은 한 번은 이혼 소송 중인 미국인이 현금 조달을 위해 스크리밍 이글을 20병이 넘게 맡겼다고도 떠벌렸다.

 

이번엔 투자자 관점이 아닌 대출을 하려는 차용인 관점에서 보자. 사전 등록한 회원에게 한 명당 3병까지만 판매한다는 스크리밍 이글을 20병이나 가지고 있을 정도로 부유하다. 뭐 하려 3000만원 안팎을 쓰겠다고 10%가 넘는 이자를 내며 보르도 셀라스를 찾아오겠는가. 낮은 이자에 정규 대출을 해주겠다는 곳도 널렸을 터인데.

 

결국 보르도 셀라스의 수익금 배분은 오래가지 못했고, 버튼은 2019년 영국의 한 호텔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당시 그의 방에서 두 개의 위조 여권, 최고급 시계, 골드바 등과 함께 100만 파운드에 달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및 영국돈을 발견했다.

 

버튼은 4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풀려났고, 현재 행방은 불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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