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행정법원은 차기 하나금융 회장 후보자인 함영주 부회장과 하나은행 등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 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은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판매 사태로 고객의 원성이 잇따르자 금융감독원이 당시 하나은행장이었던 함영주 부회장에게 문책경고 중징계를 내리고, 하나은행이 이에 불복하면서 시작됐다. 이번 판결은 앞서 같은 이유로 중징계를 받았고 1심을 먼저 치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승소했다는 걸 감안하면 예상 밖 결과라 할 수 있다. 재판부는 함 부회장이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 사태에 따른 내부통제 위반 이슈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과 박정림 KB증권 사장,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에게도 똑같이 중징계가 예고되면서 금융권이 다시 한 번 술렁이고 있다.
이번 함영주 부회장 법정 소송 패소 결과를 보면서 자본시장을 움직이는 기본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상기시켜 본다는 금융인들이 적지 않다. 자본시장법의 철학적 기반은 '선(善)'이다. 자본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고객 가치다. 그래서 금융회사와 금융종사자에게는 선량한 관리자라는 엄중한 의무가 있다. 또 하나의 철학적 기반은 '충(忠)'이다. 바로 고객에게 충실해야 하는 무거운 의무다. 의무를 위반하면 그에 상응하는 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선'에 '충'이 더해져 '믿음(信)'이 생기는 법이다. 그래서 금융은 '선'과 '충'을 추구해야만 하는 엄중한 의무가 있다.
금융당국의 감독 자세도 돌아보게 된다. 금융당국은 '선'과 '충'의 절대적 기준에 어긋난 과거를 덮어서는 안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실운용이 밝혀진 펀드의 총수익스와프(TRS)거래다. 라임운용의 펀드를 보자.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인가를 받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초대형 증권사들은 명목상으로는 라임자산운용이라는 작은 사모운용사가 시키는 데로 부실한 종목을 사기도 하고 팔기도 하였다. TRS 거래를 하는 초대형사들은 높은 수수료만 받는데, 펀드자금이 담보로 제공되어서 손해 볼 가능성이 아주 적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될 것 같으면 중간에 팔아버리고 빌려준 돈을 담보에서 회수하곤 해왔다. 심지어 이들 PBS증권사들은 먼저 펀드를 기획해서, 자산운용회사를 이용해 돈 버는데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 PBS 증권사는 단순히 펀드를 담보로 돈을 빌려준 것이고 운용에는 책임이 없는 것일까?
금융당국은 TRS 거래 뒤로 숨어버린 초대형 금융투자회사들의 비겁함과 선관주의 의무를 저버린 악행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TRS가 단순한 거래라고 말한다면 거래의 본질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TRS 거래는 단순한 금융거래이니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외치는 CEO가 있다면 이는 고객을 속이는 사람이다. 부실운용의 실체는 덮어두고, 은행 등 판매회사의 보상으로 끝내면 비겁한 금융당국자가 되는 것이다. 자본시장에서 저질러진 일을 스스로 끝내지 못하고 법원으로 보내는 일은 더 이상 곤란하다.
앞으로도 부실펀드는 계속 나올 것이다. 언제까지 운용과 관계없는 은행을 비롯한 판매사에게만 책임을 물을 것인가? 공모펀드든 사모펀드든 고객자산의 무책임한 운용, 부실한 운용에 대한 책임은 명확히 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과도하게 손실이 발생한 펀드에 대해 처음부터 수수료를 벌기 위해 기획된 상품인 지, 고객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만든 상품인 지, 운용을 게을리 한 것은 아닌 지 '선'과 '충'의 관점에서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 운용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자본시장의 기본과 원칙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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