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는 최고 인상률을 적용, 최대 금액을 당긴다. 경영계는 전년과 동결 수준의 최소 금액으로 버틴다. 노사의 줄다리기가 시작되고, 밀릴 거 같으면 퇴장한다. 그렇게 파행을 겪다 결국 정부 측 공익위원 안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 구조는 매년 판박이었다.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후 노사가 합의해 최저임금을 결정한 사례는 단 7건, 2000년대 들어서는 2건에 불과했다.
차기 윤석열 정부의 첫 최저임금 결정도 노사 대립 끝에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안으로 노사 간 대립구도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불씨는 윤 당선인이 지폈다. 대선 후보 때 자영업자를 만난 그는 "지역별·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측은 코로나19 등으로 업종마다 피해 규모가 달라 업종별·지역별 현실에 맞게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측은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면 일부는 저임금 업종으로 낙인 찍혀 고용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반대한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1988년 한 차례 시행된 적 있다. 섬유·신발 등 12개 업종을 저임금 그룹으로, 석유·철강 등 16개 업종을 고임금 그룹으로 묶어 최저임금을 따로 적용했다.
이후 업종별 차등 적용은 객관적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무산됐고, 지금까지 최저임금은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해 왔다.
차기 정부의 내년 최저임금도 노사 간 합리적 논의가 실종된 채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전문가들이 먼저 최저임금 상·하한선 구간을 정하면 그 범위 안에서 노·사·공익 위원이 최종 금액을 정하는 방식으로 결정 체계를 이원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결정 주체인 노·사·정 모두 개편 의지가 없었다. 올해도 지금의 결정 체계가 그대로 유지된다.
2023년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됐다. 최저임금제 취지대로라면 음식·숙박업 등 저소득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하지만 올해도 묻힐 가능성이 크다.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사의 임금 결정 과정에 국가의 개입을 허용한 것이 최저임금제다. 이들을 대표해 심의에 참석한 노사 위원들이 퇴장하고, 정부 측 공익위원이 결정하는 퇴행적 구조를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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