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에 지구촌의 신음이 커지고 있다. 쓰나미급 물가 상승의 근본 원인은 각국이 그동안 코로나19발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푼 막대한 자금이 불씨가 됐다. 여기에 중국의 강력한 방역과 봉쇄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2월 하순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시장에서 에너지 가격과 곡물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8.5% 올랐다. 이는 초(超)인플레이션이 지배하던 1981년 12월 이래 41년만의 최고치다. 지난 2월 CPI 상승률은 7.9%로 1982년 1월 이래 40년 만의 최고치였는데, 이 기록을 한 달 만에 또 갈아 치운 것이다. 미국의 극심한 인플레는 우선 미국의 통화·재정 정책은 물론 세계 경제에 충격파를 던질 전망이다. 중국의 생산자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3월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8.3% 올랐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중국 내 공급망 병목 현상이 심각하단 걸 방증한다.
연쇄적이자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상황들로 인해 상대적으로 경제가 약한 신흥국들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각해지고 있다. 파키스탄 임란 칸 총리는 치솟는 물가와 국가 부채 문제로 결국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물가 급등으로 밀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레바논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 스리랑카와 페루 등 일부 국가에서는 고물가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질 정도다.
우리나라 물가도 무섭게 오르고 있다. 3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가 올랐다. 지난해 10월부터 3%대로 오르다가 10년 3개월 만에 최대 상승치를 기록했다. 휘발유가 27%, 경유가 37% 이상 올라 소비자물가를 견인했다. 수입 쇠고기가 27%, 돼지고기가 9% 올랐다. 1년 전 한 통에 2만8000원 하던 식용유가 4월에는 5만원으로 올랐고, 밀가루도 한 포대당 1만원 가까이 올랐다.
3월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6.6% 올라 지난 1998년 4월 이후 23년 11개월 만에 가장 상승 폭이 컸다. 품목별로 보면 39개 외식 품목이 모두 올랐다. 갈비탕이 11.7% 오르면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죽, 햄버거, 생선회도 작년 같은 달보다 10% 이상 올랐다. 짜장면이 9.1% 올랐고, 김밥, 치킨, 라면, 설렁탕, 떡볶이도 8% 이상 올랐다. 칼국수, 돈가스 등도 상승률만 차이날 뿐 빠짐없이 오른 건 마찬가지다.
물가는 국민 생활 수준과 직결되기 때문에 정부의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5월부터 석 달 동안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확대하고, 영업용 화물차와 버스 등에 대해 경유 유가 연동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택시와 소상공인이 주로 이용하는 차량용 LPG 판매 부과금도 30% 감면하기로 했다.
새 정부 인수위에서도 윤석열 당선인이 물가를 포함한 민생 안정 대책을 새 정부 최우선과제로 주문했다. 한국은행도 '물가상황점검회의'를 통해 금리 인상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금리 인상은 물가 오름세 심리를 막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물가 인상으로 가뜩이나 실질소득이 작아지는 서민층에는 악영향을 끼친다.
경기 회복세를 유지하면서 물가를 잡으면 이상적이겠지만 상황은 그다지 쉬어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대외 변수가 물가 급등의 주 요인이기 때문이다. 서민들과 특히 취약계층을 위해 물가와 금리를 크게 자극하지 않는 경제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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