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와인 경매
경매 낙찰가 1억2500만원. 응찰자들의 경합 끝에 최고의 몸값을 받은 주인공은 유명 화가의 작품이나 골동품이 아닌 바로 와인. 그것도 단 한 병의 가격이었다.
지난 26일 열린 서울옥션의 '제166회 미술품 경매'에서 국내 경매 사상 최고가 와인이 탄생했다.
경매에 올려진 와인은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Domaine de la Romanee Conti·DRC)'다. 지구에서 가장 비싸다는 그 와인이다. 빈티지는 1986년.
로마네 콩티의 평균 가격은 2만1953달러. 한화 약 2600만원이다. 누구나 알지만 마셔본 이는 거의 없는 와인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기자 역시 마셔보지 못했고, 아마 앞으로도 마셔볼 기회는 없을 것이다.
이번 경매 역시 평균가인 2600만원에서 시작했지만 순식간에 1억2500만원까지 올라갔다. 경매사가 낙찰 가격을 확정하자 현장에선 박수가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와인 경매 시대가 열린 셈이다. 팬데믹에 와인 전성기가 시작되면서 와인 경매에도 관심이 커진 덕분이다.
최고가 기록을 세운 로마네 콩티 외에도 샤또마고 1992년, 2003년 빈티지는 2병이 400만원에, 페트뤼스 1986년, 1996년 빈티지 2병은 1750만원에 팔렸다. 샤또 무똥 로칠드 1978~1993 빈티지 6병은 1450만원에 낙찰됐다.
사실 로마네 콩티는 전 세계 와인 경매 시장의 단골손님이자 최고 VIP다. 경매 역사상 가장 비싼 와인 역시 로마네 콩티로 1945년 빈티지가 지난 2018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55만8000달러(약 7억905만원)에 낙찰됐다.
로마네 콩티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심장으로 불리는 코트 도르에서도 최상급 레드와인의 생산지 코트 드 뉘에 위치해 있다. 코트 도르는 '황금의 언덕'이라는 뜻이다. 가을철이면 언덕이 온통 황금색으로 물들기도 하지만 이 지역 와인이 와인 메이커들에게 가져다주는 수입에 빗대어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한다. 본 로마네는 물론 플라지 에셰조, 주브레 샹베르탱, 모레 생 드니 마을이 모두 모여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로버트파커는 로마네 콩티에 대해 "이보다 훌륭한 와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극찬했다. 피노누아 품종 특유의 투명한 루비컬러에 풍부한 향, 실크와 같이 우아하면서도 힘이 넘친다고 한다.
맛도 맛이지만 로마네 콩티의 가격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은 희소성이다.
로마네 콩티는 프랑스에서 규모가 가장 작은 곳 중 하나다. 면적이 1.63에이커밖에 되지 않는다. 생산량은 평균 450상자, 대략 6000병에 불과하다. 빈티지에 따라 훨씬 적은 해도 많았다. 2011년엔 생산량이 5673병이었지만 2010년엔 4636병, 2008년엔 3151병에 그쳤다.
그마저도 그냥 살 수가 없다. 단독이 아닌 라 타쉬와 리쉬부르, 로마네 생 비방, 그랑 에셰죠 등과 합쳐 12병 한 세트로 단위로 판다고 하니 실제 로마네콩티 한 병을 얻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상상 이상이다. 그러다 보니 경매가 오히려 로마네 콩티를 얻을 수 있는 손쉬운 길이 된 셈이다.
와인 경매의 리스크는 역시 상태다. 경매에 올라올 정도면 오래된 빈티지가 대부분일텐데 사실 와인은 오픈해서 마셔보기 전까진 상태가 어떤지 알기 어렵다. 서울옥션에서도 와인을 경매 리스트에 올리며 '와인은 컨디션을 보증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보증서도 발행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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