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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베니스비엔날레, 여성·반전을 말하다

이탈리아에선 현재 127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적 미술축제인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가 진행 중이다. 지난달 23일 공식 개막해 11월까지 약 7개월간의 대장정을 이어간다. 2년마다 개최되는 국제미술전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는 3년 만에 문을 열었다.

 

베니스비엔날레는 본전시와 각 국가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국가관 전시를 축으로 한다. 본전시의 올해 주제는 '꿈의 우유'(The Milk of Dreams)로, 영국의 초현실주의 작가인 레오노라 캐링턴의 그림책 제목에서 따왔다. 초현실적 현실에 대한 역설, 현실과 비현실이 착종된 새로운 창조를 뜻한다.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는 과거 국영 조선소이자 무기고였던 아르세날레를 주 무대로 한다. 58개국 213명이 참가했다. 30대에서 17세기 독일의 삽화가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까지 고루 포진했다. 총감독은 세실리아 알레마니 뉴욕 하이라인 파크 예술총괄 큐레이터가 맡았다. 한국 작가로는 정금형과 이미래가 초대됐다.

 

국가관 전시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만 볼 수 있다. 카스텔로 자르디니 공원에 모여 있는 나라별 공간을 비롯해 본전시가 열리는 아르세날레와 베니스 시내 곳곳에서 각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 수만 총 81개국에 달한다. 이 중 한국관은 1995년 기존 화장실 터에 29번째 마지막 주자로 자르디니에 입성했다. 건축가 고(故) 김석철과 이탈리아 건축가 프랑코 만쿠조가 설계했다.

 

여느 국제 미술전과 마찬가지로 베니스비엔날레 또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본전시 참여 작가 비율만 봐도 여성보단 남성 작가들이, 아시아나 라틴계보단 백인 작가들이 많았고, 줄을 서서 봐야 하는 인기 국가관들도 대개는 유럽과 미국관 등이었다. 실제 2017년엔 독일관, 2019년엔 벨기에관과 프랑스관, 리투아니아관 등이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만 해도 언론들은 꼭 봐야 할 국가관으로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등을 지목했다.

 

하지만 2022년 베니스비엔날레의 키워드는 '여성', '흑인'이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최근 '경향신문'에 기고한 르포 제목을 아예 "남성 중심주의의 종말을 상상하다"라고 뽑았다. 그도 그럴 것이 비엔날레 작가 90%가 여성, 베니스비엔날레만의 특징인 황금사자상 수상의 영예도 여성작가들이 독차지했다. 국가관 부문은 영국관 대표작가 소냐 보이스가, 본전시 부문에선 미국 작가인 시몬 리가 받았다. 둘 다 흑인이다.

 

2007년 말리 출신의 사진가 말릭 시디베가 아프리카인으로는 최초로 황금사자상을 받았으나 흑인 여성작가가 두 개의 황금사자상을 동시에 거머쥔 건 처음이다. 평생공로상 역시 여성 작가인 독일의 카타리나 프리치와 칠레의 세실리아 비쿠냐에게 돌아갔다. 모두 광주비엔날레와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전시 등 한국과 인연이 깊다.

 

예술에 있어 성별의 구분은 무의미하지만 여성의 실존성과 존엄, 정체성이 정당하게 가치 매김 되는 하나의 전환점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 작가들의 선전은 눈여겨볼 만하다. 역사에서 소외되고 억눌렸던 여성의 삶이 비엔날레라는 권위를 통해 재편됐다는 사실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한편 외신을 종합하면 관람객에게 특별함을 선사하고 있는 건 우크라이나 광장이다. 이곳엔 러시아 침공 이후 제작된 40명의 작가 작품이 들어섰다. 우크라이나 예술인들은 전쟁으로 인해 파빌리온 전시 참여가 불발됐고, 올해 초 성명문을 통해 연대와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러시아 예술인들도 우크라이나 침공이 부끄럽다며 국가관 참가를 포기했다. '반전'(反戰)이 베니스비엔날레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명사로 부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들이다.

 

개막 초기엔 한국관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나선(Gyre)을 주제로 한 한국관 전시에는 설치예술가 김윤철이 참여했다. 그는 마치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법한 대형 금속 조형물 5개를 설치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시각적 놀라움'은 당대 인류가 처한 시대 징후를 다룬 작품에 후한 점수를 매기는 비엔날레의 흐름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던 듯싶다. 한 기자는 현장을 전한 보도에 "본전시 주제와 연결 짓기 쉽지 않아 보였고 문명의 성찰을 촉구하는 시대 흐름과도 이질적이었다."고 썼다.

 

■ 홍경한(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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