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과 함께 한국 경제의 키를 짊어진 추경호팀이 딜레마에 봉착했다. 물가상승률이 5%에 육박하는데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대량의 돈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는 돈을 풀어도 소득 지원이란 재정의 목적이 상쇄된다는 점이다. 정부 지원금을 받아 모처럼 외식도 하고, 빚도 상환하려 했는데 먹거리 가격에 기름값, 집세 등이 죄다 올랐고, 금리마저 올라 원금은커녕 이자도 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대규모 추경을 단행하면 시장에 풀린 돈이 다시 물가를 자극하고,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안정을 위해 거시적으로 금리로 대응해야 하고, 재정도 좀 더 긴축적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추경은 거시경제 안정 노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조합을 만들어 보겠다"며 자가당착에 빠졌다. 민생 안정을 위해 돈을 풀면서 물가도 잡겠다는 의미인데 그런 정책의 조합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가 않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인사청문회 당시 "추경 편성 총량이 커 거시적으로 물가에 영향을 주면 한국은행도 관여하겠다"고 밝혔다. 재정당국이 돈을 풀어 물가를 부추기면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인데,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이 엇박자가 나게 된다.
1000조원을 넘어선 국가채무도 추경호팀으로서는 부담이다.
돈줄을 죄어 재정 안정을 도모해야 하는데 출범부터 35조원 넘는 추경을 위해 곳간을 열어야 하는 상황이라서다.
추 장관은 예비비 등 기존 쓸 수 있는 예산을 최대한 활용하고,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추경 재원을 마련하려면 사실상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 하다. 적자국채 발행 규모가 늘어나면 재정 적자 폭이 커질 뿐 아니라 국채금리가 올라가고, 이는 다시 시중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새 경제팀 출범부터 통화·재정 정책 불확실성을 키우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성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 낮은 조합을 찾기보다 정책의 균형을 고민해야 한다. 한 번에 푸는 대규모 추경보다 분할 지급 등 정책의 테크닉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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