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답을 어렵게 찾아갈 때가 있다. 한국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찾는 일이 딱 그렇다.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기 시작한다. 도대체 매콤한 제육볶음은 물론 식탁에 자주 오르는 나물, 아니면 순대, 육회 같은 가벼운 한식 안주거리와는 어떤 와인이 어울릴까. 자칫하면 뭔가 비려지고, 아니면 매운 양념과 와인이 만나 입에 불이 난듯 화끈거리는 느낌이다. 답을 찾아낸다고 해도 음식과 와인, 서로의 맛을 해치지 않는 수준이지 맛과 향을 배가시키는 제대로된 궁합은 아니었다.
정답은 오히려 눈 앞에 있었다. 피자엔 이탈리아 와인이, 프렌치 요리엔 프랑스 와인이 제격이듯 간장과 고추장 양념이 많은 한국 음식엔 한국 와인이었다. 그럼 관건은 높아진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킬 만한 토종 와인이 있느냐다.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의 만찬주가 공개되자 업계가 술렁였다. 구색 맞추기용으로 전통주 하나는 들어가 있겠지 하던 예상과 달리 리스트에 오른 것은 전통주, 그것도 주류였던 도수 높은 증류주가 아니라 와인이 주를 이뤘다.
식전 스파클링 와인부터 디저트와 함께할 달달한 와인까지 퓨전 한식에 맞춰 완벽한 코스가 짜여졌다. 한식에 반주로 올릴만한 토종 와인이 있겠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말끔하게 걷어낸 셈이다.
선택된 와인들은 강원도부터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를 거쳐 제주도까지 소위 각 지역의 테루아를 느낄 수 있도록 해놨다. 만찬 식탁에 오를 정선 곤드레와 가평 잣, 공주 밤, 구례 보리순, 제주 고사리 등 만큼이나 세련되고 영리한 구성이었다.
먼저 스파클링 와인 '너브내 스파클링 애플 라이트'다. 와이너리 샤또나드리가 강원도 홍천에서 생산된 사과로 애플 와인이다. 일반 과실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과를 착즙해 1차로 발효시키고, 다시 압력탱크에서 2차 발효를 시켜 스파클링 와인으로서 완성도를 높였다.
'허니문'은 양평의 꽃꿀로 만든 벌꿀 발효주다. 발효를 위해 필요한 당분이 충분하다보니 다른 첨가물을 넣을 필요가 없었고, 산뜻하고 은은한 단맛을 낼 수 있었다. 3~5도 사이로 차갑게 식전주로 마시기 좋고, 어떤 음식과도 두루두루 잘 어울린다.
제주 '니모메'는 유일하게 쌀로 만든 약주다. 쌀을 주 원료로 하고, 제주의 향은 담을 귤피를 이용해 술을 빚었다. 니모메는 '너의 마음에'란 제주 방언이다.
'붉은진주머루'는 덕유산 자락에서 자란 산머루로 만들었다. 도수는 12도 안팎이다.
다른 와인들이 지역 농산물을 이용해 만든 과실주였다면 '샤토미소로제스위트'는 우리 포도로 만든 토종 와인이다. 전 세계적으로 와인양조 대표 품종으로 꼽히는 것들은 우리 나라에서 잘 자라기가 쉽지 않다. 대신 식용 포도로 맛이 좋은 캠벨로 와인을 빚었다. 식용 포도로는 좋을 와인을 만들수 없다는 기존 편견과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식용포도로 양조해 맛이 부드럽고, 한국음식과 궁합이 좋다. 특히 매운 음식이나 디저트와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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