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콘텐츠를 제작할 때에 그 콘텐츠에 포함되는 모든 구성요소(배경음악, 효과음, 그래픽 등)를 직접 창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효율성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콘텐츠는 제3자가 이미 창작한 음악, 영상, 사진 등의 저작물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물론 이와 같이 제3자의 저작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대가(사용료 등)를 지급해야 한다
이러한 타인의 저작물 사용은 대부분 의도적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콘텐츠가 제작되고 콘텐츠의 형태가 다양화되면서, 제작자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타인의 저작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예컨대, 특정인의 일상생활을 담은 콘텐츠인 '브이로그'의 경우 유명한 장소에 방문한 모습,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모습 등이 촬영?편집되어 콘텐츠로 제작된다.
그런데 이러한 일상생활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주변 배경으로 사진이나 영상저작물이 포함되기도 하고, 길거리에 재생되어 있던 음악 등이 그대로 녹음돼 브이로그에 포함되기도 한다. 4차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의 분야에서도 현실세계를 가상공간에 그대로 옮기는 과정에서 현실에 존재하는 저작물의 복제 등이 발생한다. 메타버스로 서울의 한 동네를 그대로 가상공간에 옮긴다고 했을 때 그 동네 안에 있는 미술품이 가상공간에도 그대로 재현되면서 복제가 이루어지는 식이다.
이러한 경우에 일률적으로 저작재산권 침해가 성립한다고 본다면 콘텐츠의 창작이나 가상현실(VR) 등 신기술의 발전에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19년 11월 26일 개정된 저작권법에서는 부수적 복제 등에 관한 조항(저작권법 제35조의3)을 신설했다. 위 조항의 신설은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산업의 발전을 뒷받침 할 목적으로 촬영 등의 주된 대상에 부수적으로 다른 저작물이 포함되는 경우 저작권 침해를 면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위 저작권법 제35조의3의 주된 내용은 '사진촬영, 녹음 또는 녹화를 하는 과정에서 보이거나 들리는 저작물이 촬영 등의 주된 대상에 부수적으로 포함되는 경우에는 이를 복제?배포·공연·전시 또는 공중송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브이로그에서 배경으로 아주 잠깐 영상저작물 등이 스쳐 지나가듯 포함되는 경우, 가상현실로 옮겨둔 현실의 공간에 부수적으로 미술품이 그대로 재현되는 경우 등에 위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
다만, 위 조항이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용된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이용의 목적 및 성격 등에 비추어 저작재산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는 경우'에는 위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단서 규정도 마련되어 있다(저작권법 제35조의3 단서 부분). 어떠한 경우가 위 단서규정에 해당하는지는 앞으로 판례 등을 통해서 그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가상의 예를 들어 보면, '미술관을 그대로 가상현실의 공간으로 옮겨서 사용자들이 이를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경우' 등에는 이를 부수적 이용으로 보기 어렵고 위와 같은 행위는 저작재산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게 되므로 위 경우에는 개정 저작권법 제35조의3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개정 저작권법 제35조의3의 필요성은 분명히 인정되지만, 해당 조항이 창작자(=저작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해하지 않도록 위 조항의 운영에 있어서는 단서 조항의 균형 있는 해석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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