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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튤립과 폰지, 루나…투기 평행이론

이정희 대기자.

평행이론이라는 말이 있다. 서로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사건의 과정과 결과가 반복되는 상황을 뜻한다. 평행이론으로 역사를 설명하는 학자들은 과거의 사건이 닮은 꼴로 지금도 일어난다고 한다. 최근 발생한 루나 폭락 사태는 과거 '튤립 광풍'과 '폰지 사기'의 투기적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는 평행이론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1637년경 네덜란드 알크마르 튤립 경매장에서는 '황제 튤립' 한 뿌리면 암스테르담의 대저택을 살 수 있었고, 황소 1000 마리를 팔아야 튤립 뿌리 40개를 살 정도였다. 네덜란드의 귀족과 상인, 시종과 청소부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이 튤립시장에 가진 돈을 몽땅 쏟아 부었다. 이 '튤립 광풍'은 1636년 말에서 1637년 초까지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다가 더 이상 고가에 튤립을 살 사람이 없다는 소문이 퍼지자 불안을 느낀 사람들이 너도 나도 다투어 투매 대열에 합류했다. 튤립 투기 3년간 튤립 뿌리의 가격상승률은 5900%였지만 이후 10개월간 튤립의 가격은 이전 가격의 1% 이하로 떨어졌다.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이 파산하게 됐다.

 

1920년대 개발 붐이 한창이었던 미국의 플로리다에서는 '찰스 폰지'라는 사람이 유령회사를 차려 투자자를 모으기 시작했다. 당시 그곳은 비정상적인 개발 붐이 일어 엄청난 사람과 돈이 모여들었다. 폰지는 신규 투자자의 투자금을 받아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돌려막기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 수법을 사용했다. 높은 수익에 대한 소문으로 투자는 끝없이 늘어났고, 1925년 한 해 동안 폰지가 모은 돈은 무려 10억 달러나 되었다. 폰지는 3년간이나 사기극을 이어가다가 결국 돌려막기가 힘들어지면서 사기극은 마침표를 찍었다.

 

2022년 5월 세계 가상화폐 시장을 패닉에 빠트린 '루나 포비아'는 '튤립 광풍'과 '폰지 사기'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한국산 코인 테라와 루나는 개당 가격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된 코인이다. 루나를 발행하거나 소각하는 방식으로 테라 가격을 유지시킨다. 이 과정에서 코인 발행사인 테라폼랩스는 루나를 예치한 투자자에게 연 20%에 달하는 이자를 테라로 지급하기로 했다. 사람들은 열광했고, 한 때 테라는 전 세계 시총 3위, 루나는 10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테라 1개 가격이 무려 0.6달러 안팎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산술적으로 하루 새 40% 급락했다. 원래대로라면 테라를 루나로 바꿔주면서 테라 수량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테라 가격이 너무 떨어지다 보니 너도 나도 내던졌고, 시장엔 루나 코인이 넘치게 됐다. 테라 가격이 올라야 루나 코인 개수를 줄일 수 있는데, 이미 테라의 신뢰가 깨졌으니 루나 코인 개수는 늘어만 간 것이다. 지난 4월 초 역대 최고가를 경신해 '루나틱'(루나 투자자) 신드롬까지 일으켰지만 불과 한 달 만에 대폭락하면서 루나와 테라 시총 57조 8000억원 가량이 증발했다. 국내 루나 투자자는 28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는 남녀 노소, 세대 구분없이 투기 유혹에 쉽게 빠져들고 있다. 부동산 광풍, 주식 광풍, 가상화폐 광풍, NTF(대체 불가능한 토큰) 광풍 등이 좋은 예다. 아마도 나라와 사회가 나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절망감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탕주의 유혹에 발을 들여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이 시점에서 사회 변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또 전 국민들이 국가와 미래에 대한 믿음이 가득차면 부동산, 가상화폐 등에 대한 투기 광풍은 잠잠해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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