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드라마 속 와인 '그린마더스클럽'
헐렁하게 늘어진 티셔츠 차림으로 찬장을 연다. 아이들의 손이 닫지 않을 만한 찬장의 가장 상단. 익숙하게 먹다만 와인병을 꺼내 깊은 한숨을 안주삼아 와인을 한 모금씩 삼킨다.
'앙리맘' 서진하(김규리 배우)가 근사한 펜트하우스 홈바에서 마시는 고급 와인이 아니라 '동석맘' 이은표(이요원 배우)가 지칠대로 지친 표정으로 주방 한 켠 혹은 아파트 옥상 위에서 홀짝이는 와인 한 잔에 침이 꼴깍 넘어갔다. 대한민국 엄마라면 피해갈 수 없는 게 '초등 커뮤니티'라더니 올해 1학년인 딸 아이의 엄마로서 초짜 동석맘에게 더 감정이입이 됐나보다.
극성스런 '타이거맘', 물불 안가리는 '알파맘', 혹은 자체 발광 '여신'이든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수단으로 와인이 쓰였다. 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에서의 장면들이다.
자세한 사정은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속상한 마음만은 서로 알겠다는 듯 두 여자가 와인바에서 의기투합을 한다.
'유빈맘' 변춘희(추자현 배우)가 깊은 보르도잔에 담긴 와인을 '원샷' 해버린다. 빈 잔에 다시 따르는 와인은 바로 '샤또 칼롱 세귀르'. 와인의 레이블이 절반쯤 밖에 보이지 않아도 와인 애호가라면 한 눈에 알아봤을 터. 레이블에 저렇게 하트가 그려진 와인은 단 하나니까 말이다. 누구 엄마를 떠나서 프랑스 유학파 은표와 의사 '싸모' 춘희의 테이블에 오를 만한 와인이다. 애 학원비를 대기 위해 전 남자친구와의 내키지 않는 인터뷰를 하거나 불법 아르바이트까지 해야 하는 사정은 일단 접어두고 말이다.
프랑스 보르도 그랑 크뤼 3등급의 칼롱 세귀르는 하트 레이블 덕분에 발렌타인데이나 프로포즈 등 사랑을 고백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와인이다.
칼롱 세귀르에 대한 유명한 일화는 세귀르 후작이 "나는 샤토 라피트와 라투르에서 와인을 만들지만 내 마음은 항상 칼롱에 있다"고 말한 것이다. 라피트와 라투르는 그랑 크뤼 1등급이지만 그보다도 3등급인 칼롱에 더 애정이 컸다. 후손들은 세귀르 후작의 이런 마음을 알리기 위해 와인 레이블에 하트 모양을 새겼고, 이로 인해 칼롱은 사랑을 표현하는 와인이 됐다.
샤토 칼롱 세귀르 옆에 놓인 와인 역시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티냐넬로'다. 이탈리아의 와인명가 안티노리가 만든 와인으로 슈퍼 투스칸의 원조로 꼽힌다.
슈퍼투스칸은 말 그대로 이태리 중서부의 토스카나(Toscana)에서 만들어진 품질이 탁월한(super) 와인을 말한다. 산지오베제 등 토착 품종 뿐만 아니라 국제 품종인 카버네 소비뇽 등을 섞어 보르도 타입으로 만든다.
"입술 파래, 입술." "뭐야, 자기도 파래."
유빈맘과 동석맘이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깔깔 웃는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마시는 와인도 좋지만 이번 주말은 파래진 입술도 개의치 않을만큼 마음 통하는 이들과의 와인 회동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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